내년 1월 실시되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임박해 오면서 농협중앙회는 물론 전국의 단위 조합들의 선거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농협중앙회 건물에는 부정선거 신고를 독려하는 배너가 내걸렸고, 출마를 선언하는 후보들이 등장했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소위 ‘농민 대표’로 불리는 차기 농협중앙회장 자리를 누가 맡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농협과 정치권에 따르면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간선제로 실시된다. 간선제는 전국의 농협 조합장이 293명(중앙회장 포함)의 대의원을 뽑고, 대의원이 내년 1월 31일 농협 강당에 모여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앞서 간선제는 전체 조합원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는 ‘체육관 선거’, ‘깜깜이 선거’ 라는 비판 속에 직선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장을 직선제로 선출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통과는 불발로 그쳤다”며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로 논의조차 못했다”고 설명했다.
◆윤곽 드러나는 잠룡들, 지역간 표 대결 예상=내년 선거의 직선제 전환이 실패한 가운데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후보자들의 윤곽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10여이다.
먼저 가장 많은 대의원을 확보하고 있는 경상권(32%)에서는 강호동 합천 율곡농협조합장, 천호진 전 북대구공판장 사장,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조합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대의원을 확보한 전라권(21%)에서는 강성채 순천농협조합장, 문병완 보성농협조합장, 유남영 정읍농협조합장 등이 주목받고 있다. 뒤이어 충청권(18%)에서는 김병국 전 서충주농협조합장, 이주선 아산 송악농협조합장, 경기권(16%)에서는 여원구 양평양서농협조합장과 이성희 전 성남낙생농협조합장이 거론된다.
각 지역별로 다수의 후보가 거론되면서 이번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후보 단일화에 따라 영남 대 호남의 표 대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동안 한 번도 중앙회장을 배출하지 못한 경기권과 충청권이 첫 중앙회장 배출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이들 지역의 후보들은 내년 1월 16~17일 공식 후보자 등록을 거쳐 18~30일 선거운동을 통해 본격적인 세대결을 펼치게 된다.
◆부정선거 우려에 신고 포상금 최대 1억원=농협 내부는 물론 선거관리를 위탁받은 중앙선거관리 위원회는 이번 선거를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병원 현 회장도 위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는 등 그동안 진행된 중앙회장 선거가 각종 부정행위로 얼룩진데 따른 결과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8일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허식 부회장 주재로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르기 위한 ‘공명선거 추진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허식 부회장은 당시 “임직원의 위반 행위 적발 시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함은 물론 선관위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선관위도 대응에 나섰다. 선관위는 ‘금품·음식물 제공’, ‘비방·흑색선전’, ‘임직원 선거 관여’, ‘사조직 이용 불법행위’ 등 위반행위를 신고할 경우 최고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해하기로 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금품제공, 허위사실 공표와 농협 임직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등 불법행위 근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확인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아래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