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결국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연기하기로 했다. 막판까지 계속된 미국의 압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NHK방송은 22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를 불과 6시간 앞두고 ‘조건부 종료 연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청와대는 일본 측 태도 변화가 없으면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막판 일본 측과의 물밑 접촉 및 내부 논의를 거쳐 조건부로 종료 시한을 미루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소미아를 두고 급격히 기류가 변하고 있다는 전망이 흘러 나왔다. 한국 측이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각각 일정부분 양보하는 안을 일본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소미아를 연장해야 한다며 이날까지 한국 정부를 다양한 경로로 압박해왔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21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결의안에는 “한국이 역내 안보 협력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적 조치들의 해결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신뢰를 회복하고 양국 간 균열 근원을 해소하며 두 나라의 다른 도전 과제들로부터 중요한 방어와 안보 관계를 격리시킬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같은날 워싱턴DC를 방문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면담 전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소미아를 두고 중국과 북한을 거론하며 “우리끼리 싸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고위급 인사들이 연달아 방한해 지소미아 연장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지난 15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한미 안보협의회를 연 뒤 “지소미아 유지는 지역 안보에 중요하다”면서 “지소미아가 만기 되면 득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다. 공통의 위협이나 도전과제에 같이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역시 지난 13일 일본 도쿄에서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지소미아 갱신이 한국, 일본, 미국의 이익”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완고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천안 소재 MEMC코리아의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우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더해 소재, 부품, 장비의 공급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된다면 반도체 제조 강국 대한민국을 아무도 흔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를 다분히 인식한 발언이다.
일본은 역시 수출 규제와는 무관하게 지소미아를 연장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가 예정대로 종료된다면 북한과 주변 나라들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우려가 있다”면서 “한국의 현명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