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정국, 사라진 약속, 모순 빠진 한국당

필리버스터 정국, 사라진 약속, 모순 빠진 한국당

청년기본법 등 한국당 주도법안 50건도 ‘볼모’… 민주, “국민적 판단 있을 것” 엄포

기사승인 2019-12-01 22:51:16

“나경원 원내대표가 분명히 말했어요. 나도 엄마라고. 어린이생명안전법(민식이법 등) 꼭 하겠다고, 제 목을 직접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그게 그저께(11월 27일)였는데…. 그런데 지금 우리가 이용되고 있다고 느끼게 됐어요.”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이 국회 본회의에 앞서 199개 상정법안을 대상으로 무제한 토론방식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입법저지행위)를 신청하자, 어린 자녀를 떠나보낸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가족이 나경원 원내대표와 한국당을 향해 울분을 토하며 약속을 지키라고 호소한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민식이법 뿐 아니다. 한국당이 이날 고위공직자버죄수사처(공수처) 설치관련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안, 유치원3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선정된 법안처리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199개 법안에는 한국당이 통과를 약속한 50여개 법안도 포함됐다.

대표적인 법안이 황교안 대표가 20대 국회 출범 후 첫 당론법안이라며 통과를 약속했던 ‘청년 기본법’이다. 이밖에 소상공인의 지원을 위한 ‘소상공인법’과 포항지진사태 피해자 지원 및 향후 대책 등을 위한 ‘포항지진특별법’ 등 한국당이 주도적으로 발의하고, 통과를 약속한 법안들도 있다.

이와 관련 나 원내대표는 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분명 여당에 요구했다. 민식이법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애당초 대상법안이 아니었다. 민주당이 요구를 외면하지 않고, 본회의 거부하지 않았다면 애당초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은 금요일(29일)에 통과됐을 것”이라며 법안 처리가 막힌 것에 대한 잘못이 민주당에게 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199개 법안 중 쟁점법안이자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하겠다는 5개 법안을 제외한 민생법안을 구분해 우선처리하는 것은 안 되느냐’는 질문에는 “199개 다 하지 않으면 필리버스터 신청한 법안은 다 뒤로 옮겨 (여당이) 원하는 법안 통과시키고 본회의 닫아버려 필리버스터 시작할 수가 없다”며 “최소한 권한을 보장받기 위해 신청한 것”이라고 답했다.

여론의 악화를 우려해 민식이법이나 데이터3법 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본회의로 올라간 법안처럼 필리버스터 신청을 하지 않은 민생법안의 처리를 우선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한국당이 통과를 약속했던 법안을 포함해 199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철회는 불가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그게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은 것 아니냐”면서 “우리는 할 만큼 했다. 더 이상 끌려가지는 않겠다. 신뢰는 무너졌다. 199개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신청을 철회하는 등 확실한 제안을 하지 않는 이상 ‘4+1(한국당 제외 원내정당 및 대안신당)’을 전체로 확대해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당의 뜻을 전했다.

이어 “인질극을 계속하고 있으면서 어린이, 여성, 노약자까지는 내보내주겠다. 하지만 건장한 청년들은 계속 인질극을 하겠다는 것 아니겠냐”면서 “이미 상대(한국당)의 선의나 신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9개 법안의 철회가 전제돼야한다. 민주당은 보다 강경한 대응을 해나가겠다. 이후 필리버스터 사태에 대한 국민적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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