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첩보를 전달받아 진행됐다는 ‘하명 수사’ 의혹을 두고 검경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일 서울중앙지검은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전날 숨진 채 발견된 서울동부지검 소속 수사관 A씨 사망원인을 밝히고 하명 수사 의혹 규명에 필요하다며 휴대전화를 확보하고자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검찰은 서초서에서 A씨 휴대전화 메모 등 유류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단히 이례적인 압수수색”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이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오히려 숨겨야 하는 사실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까지 나온 상황이다. 경찰청은 같은날 입장문을 내 “A씨 변사사건 발생 이후 명확한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감식, 주변 폐쇄회로(CC)TV 확인, 부검 등 수사를 했고 현장에서 발견된 메모, 휴대폰 분석 등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면서 “경찰에서 A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향후에도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고 휴대폰 포렌식 과정 참여 등 필요한 수사협조를 검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도 검경은 첩보 원본과 사본을 서로 공개하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울산경찰청은 수사 규칙에 따라 첩보 원본을 검찰에 송치했다”며 “첩보에 질책 내용이 있었느니 하는 내용을 자꾸 흘리지 말고 검찰이 원본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황 청장은 울산경찰청으로 재직하던 시절 김기현 전 울산시장 친인척 수사를 진행했다. 이에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 관련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면서 “경찰이 첩보 사본이 있다면 공개하면 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검경 간 갈등을 두고 ‘고래고기 사건’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래고기 사건은 경찰이 범죄 증거물로 입수한 고래고기를 검찰이 일방적으로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도록 한 결정의 위법성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이다. 당시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검경간 힘겨루기로 보는 해석이 대다수였다.
고래고기 사건은 아직 진행형이다. 울산지검은 지난 6월 경찰이 언론 보도자료로 배포한 의료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래고기 사건 담당 부서인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 2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명백한 보복행위’라며 검찰의 소환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있다.
당분간 고래고기 사건은 계속해서 언론에 오르내릴 전망이다. 청와대는 전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A씨가 울산에 내려간 이유는 지방선거가 아닌 고래고기 사건 현장 대면청취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울산에 동행한 민정비서관실 소속 한 행정관에게 A씨가 전화해 “울산지검에서 오라고 한다. 우리는 울산 고래고기밖에 없는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황 청장은 오는 9일 오후 7시 대전시민대학에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라는 제목의 책 출판 기념회를 열 예정이다. 황 총장은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명예퇴직을 신청했으나 경찰청은 지난달 29일 불가 통보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