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산업은행이 우리들병원 1400억원 특혜대출 의혹을 두고 연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산은이 2012년 실행한 우리들병원 대출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는 반면, 산은은 이동걸 회장이 직접 나서 의혹제기를 ‘정치적 공격’으로 보고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의혹의 발단은 우리들병원 이상호 원장(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의 동업자였던 신모씨가 이 원장과 채무처리 과정에서 언론인터뷰를 통해 “당시 대출 과정에 여권 인사가 개입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산은의 우리들병원 대출이 알려졌고, 이 원장을 지원하기 위해 산은이 대출을 떠 앉았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자유한국당은 우리들병원 대출을 두고 ▲개인회생 신청 경력자인 이 원장을 보증인으로 1400억원의 대출이 실행된 점 ▲대선 직전 대출 의혹 ▲대출의 담보가치 적정성 여부 ▲경찰 조사 외압 의혹 등 4가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공격수 심재철, 개인회생자에게 1400억원을?=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유한국당 공격수로 나선 인물이 심재철 의원이다. 심 의원에 따르면 산은은 산은캐피탈과 함께 2012년 우리들병원에 1400억원을 대출해 줬다. 대출 보증인은 이상호 원장으로, 그는 당시 1000억원의 채무로 개인회생을 신청했다가 한 달 만에 신청을 철회한 상태였다.
이 원장은 한 재판에서 “(2012년) 회생신청이 되어 있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이였다”면서 “(이후)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기존 빚을 전부 갚았다”고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심 의원은 이에 대해 “산은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불확실하지만 선뜻 1400억원을 대출해 준 것은 산은이 정하고 있는 ‘개인회생 신청 경력자에 대한 여신 및 보증 주의’ 규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한 신용평가사가 우리들병원 대출에 대해 ‘차주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주요 위험요소로 적시한 것을 근거로 “대출 당시 외부 신용평가 기관도 이 원장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다”면서 “이 원장의 신용상태에 문제가 없었고, 대출 심사에 아무런 특혜가 없었다는 산은의 주장과 배치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 우리들병원 대출에 대한 경찰 수사가 윗선의 지시로 중단됐다는 의혹까지 나오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까지 합세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공격 말라는 이동걸, 정상대출 해명=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자유한국당의 이같은 의혹제기가 ‘정치 쟁점화’의 산물로 보고, “대출에 하등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4일 “(이상호 원장에 대한) 개인회생이 취소되고 원 권리가 확보된 상황에서 (대출 관련) 불이익 주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이 원장이 보증인으로서 문제가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어 “(개인회생을 신청한) 개인을 보고 대출을 실행한 것이 아니라 여러 병원을 모아서 담보를 잡았고, 분산된 대출 역시 합친데다 담보가액만 거의 1000억원”이라며 “5년간 매출채권 8000억원 어치를 담보로 잡았기 때문에 1400억원 대출은 상업적 판단에 의해 충분히 나갈 수 있는 대출”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절차적으로나 대출 결정 기준에 있어서 하등 문제될 게 없다”며 “이를 문제삼지 않는 것이 맞다 보는데 왜 이렇게 (정치) 쟁점화되는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모 의원이 교묘한 스토리텔링으로 정치적 의혹을 이야기하는데 사실확인을 위해 (당시 산은 회장이었던) 강만수 회장을 찾아 면담부터 하라”고 심 의원을 직접 저격했다.
산은은 신용평가사의 보고서도 모든 대출에 첨부되는 일반적인 내용으로 일축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자유한국당의 공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친문게이트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우리들병원 대출건에 대해 심도있게 조사하고 있다. 정태옥 의원은 5일 “우리들병원 대출과 관련해 산업은행에서 자료를 받았다”며 “계약 과정 서류도 심도있게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