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의 ‘김대중기념관 건립사업' 추진에 대한 반발이 점차 조직화돼 가고 있다.
1만여 회원을 확보한 일산연합회를 비롯한 4개 지역 시민단체는 9일 고양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 매입과 김대중기념관 건립사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고양시 곳곳에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서명운동을 전개해온 이들 단체는 이날 시민 830여 명의 반대 서명이 담긴 명부를 고양시와 시의회에 각각 전달하기도 했다.
이로써 오는 12일 시의회 본회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고양시의 김대중기념관 건립사업 추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차가운 날씨 속에 모인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날 “예산부족으로 시민안전까지 무시하는 고양시가 명분 없는 30억여 원을 들여 김대중기념관 건립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전형적인 직무유기이자 세금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매각해 20여 년간 제3자 소유로 있던 주택을 사저라고 우기며 매년 수억 원의 운영비를 시민의 혈세로 충당하려는 시도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특정 세력과 결탁한 밀실 꼼수행정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들은 “김 전 대통령이 1년반 남짓 살았다는 이유로 사저라고 우기며 주택을 사들여 기념관을 만든다는 건 누가 봐도 비합리적”이라며 “고양시가 평화와 통일의 상징 운운하는 건 정치적 이념적 편향의 산물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고양시의 논리라면 지역에는 공양왕 기념관과 이승만 기념관, 노태우 기념관 등도 들어서야 하지 않느냐”면서 “고양시민들은 어떤 기념관 설립도 결단코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서울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사저를 기념관으로 만드는 사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고양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또 기념관을 만들겠다는 건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면서 “고양시는 시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자행하는 이중적이고 독재적인 행태를 중단하고 기념관 건립사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의 기념관 건립 반대운동은 지난 11월 27일 고양시의회 기획행정위에서 사저 매입 관련 예산안 29억8400만원이 통과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에도 시의회 상임위 회의실 앞에서 반대 의사를 나타낸 이들 단체는 오는 12일 본회의 당일 대대적인 단체행동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고양시의 김대중기념관 추진계획은 지난 2012년 최성 시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양시가 김 전 대통령 옛 사저 매입을 위해 30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신청했지만 불발됐던 것.
이후 잠잠하던 이 계획은 지난 10월 16일 시의회 채우석 의원이 시정질문을 통해 다시 제안하자 이재준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이면서 급물살을 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채 의원은 올해 신년초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현재 무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