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금지선)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면서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북한이 제시한 시한 내 비핵화 협상 진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중대한 시험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동창리 발사장이 그간 인공위성 발사체나 ICBM 개발과 깊은 연관이 있는 곳인 만큼 이와 관련된 시험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해 위성 발사장이라고도 불리는 동창리 발사장은 북한 장거리 로켓과 ICBM 기술 개발 핵심으로 꼽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이곳의 영구폐쇄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거론하며 미국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간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은 너무 영리하고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면서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내년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국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북한이 제시한 시한인 연말 전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는 모멘텀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이달 하순 열리는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국방력 강화와 자력갱생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길’의 구체적 방향이 제시될 전망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이 ICBM을 직접 쏘지는 않았지만 쏠 준비가 다 된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계속 미국의 한계를 건드리고 있는 것”이라며 “상황이 전체적으로 좋지는 않다. (연말 시한까지) 시간도 부족하고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 판이 깨지지는 않았지만 의견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를 넘기더라도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한 번 더 쏜다든지 도발을 몇 차례 더 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계속 반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최악의 경우까지도 생각해야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