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선거법을 포함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일괄 상정해 17일께 선거법 표결을 진행할 방침이었으나 자유한국당이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면서 본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본회의가 열리지 않은 배경에는 이른바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차원의 선거법 수정안 마련이 불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본회의가 이날 불발되면서 내년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일인 17일까지 선거법을 처리하는 것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하고 오후 3시 본회의 개최 및 의사 일정에 합의했다. 여야 3당은 본회의가 열리면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 예산 부수법안, 민생법안,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이 올라갈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이날 본회의에서는 첫 번째로 상정되는 패스트트랙 법안인 선거법을 놓고 여야의 필리버스터 대결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한국당이 본회의 시작 직전에 민주당의 임시국회 회기(12월 11~16일) 결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필리버스터 신청이 되면서 본회의의 정상 진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명시적으로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안 하겠다'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3시와 오후 7시에 두 차례에 걸쳐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소집했지만,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만 참석하면서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문 의장은 입장문을 통해 "오늘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개의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16일 오전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갖는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선거법이 상정되기 전까지 본회의 의결이 가능한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4+1 차원의 협상도 계속 진행했다. 전날 밤에 이어 이날 낮까지 진행된 협상에서 민주당은 바른미래당 당권파, 대안신당과 잠정 합의안을 만들었으나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이 반대하고 바른미래당 당권파도 추인을 받는데 실패했다. 결국 의결정족수(148명)가 확보 가능한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지 못했다.
이날 본회의 개최 무산으로 민주당은 16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등의 상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선거법의 조기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가능한 한 빨리 연다는 방침이다. 또 한국당이 선거법에 대한 협상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고 4+1 협의체 차원에서 선거법 개정안 합의를 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14일 장외집회 등을 통해 반대 여론을 결집하고 필리버스터 등의 수단을 동원해 패스트트랙 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회기 결정 안건도 분명히 필리버스터 대상"이라면서 "오늘 본회의를 무산시킨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과 국회의장 측에 있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