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댄 지 2주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결론 도출에 진통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개막한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는 당초 13일 폐막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넘긴 지 이틀째인 15일 새벽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AP와 dpa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전 세계 200여개국이 참가한 이번 총회는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행을 위한 세부 시행계획 마련을 목표로 한다.
각국 대표단은 내년 말까지 추가로 탄소 배출 감축을 약속하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전날 밤 공개된 합의문 초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장국인 칠레의 카롤리나 슈미트 환경장관은 15일 새벽 회의에 들어가면서 “너무 힘들고 너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부 진전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금번 총회에서는 국제 탄소시장의 역할, 기온상승에 따른 피해와 손실을 재정 지원하는 문제를 포함해 다수의 현안을 놓고 심도 있고 기술적인 토론이 벌어졌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진통이 길어지자 과학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91년 초대 총회부터 참석해온 참여과학자연대(UCS) 소속 올던 마이어는 이번 합의문 초안을 가리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각국에 (탄소)배출 감축 약속 목표를 올리라는 요구가 담겨있지 않다. 지구가 불타고 있고, 우리의 탈출용 창문은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이크 슈미트 미국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 국장은 “마드리드에서 세계 기후를 망가뜨리는 탄소 배출의 80%를 책임지는 주요 오염국들이 침묵하는 반면, 작은 나라들은 내년에 유독물질 배출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고 질타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의 위협에 노출된 태평양 도서국가들도 반발했다. 군소도서국연합(AOSIS)은 이번 총회에서 호주, 미국, 캐나다, 러시아, 인도, 중국, 브라질 등에 책임을 돌리며 비난을 퍼부었다고 BBC가 전했다.
마셜제도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난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그들의 미래를 보장할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가들은 마드리드 회의장 인근에서 말똥을 쌓아놓는가 하면 '모의 교수형'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인 ‘멸종저항’이 주최한 시위 참가자들은 목에 올가미를 맨 채 녹고 있는 얼음덩어리 위에 올라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멸종저항은 성명을 통해 “마치 타이태닉호에서 단지 갑판 의자들을 재배치한 것처럼 이번 총회에서 탄소 회계장부를 만지작거리고 일부 조항을 협상하는 일은 우리가 직면한 범지구적 긴급사태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