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하행선에서 ‘블랙 아이스’(Black Ice) 추정 사고로 3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겨울철 고속도로 사고에 대한 적극적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과 한국도로공사, 한국교통안전공단 전문가들로 이뤄진 ‘합동수사팀’은 16일 오후 상주~영천고속도로 사고 현장을 찾아 도로 구조와 상태를 파악했다. 지난 14일 오전 4시쯤 상주~영천고속도로 상행선에서 트럭 등 차 20대가 연쇄추돌해 운전자 등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사고 지점에서 2km 정도 떨어진 하행선에서는 20여대가 연쇄 추돌, 1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당했다.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사고 피해자들이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빙글빙글 돌았다” “바닥이 온통 빙판길이었다”고 증언함에 따라 결빙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 중이다.
블랙 아이스란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면서 녹았던 눈이나 비가 얇은 빙판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아 운전자가 사전에 인식하기 힘들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블랙 아이스 현상이 발생할 경우 일반도로보다 14배, 눈길보다도 6배가량 미끄럽다. 또 블랙 아이스가 깔린 도로는 일반 도로에 비해 제동거리가 최고 9배 이상 길어진다.
전문가들은 앞차와의 간격을 넓게 하고 속도를 줄이는 등 ‘방어운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매년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설적인 보완책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이 지난해 초 발표한 최근 5년간집계된 블랙 아이스 사고 사망자 숫자는 706명이다. 같은 기간 눈길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86명으로 1/3 수준이었다.
블랙 아이스 정보 수집 기술은 이미 지난해 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도로연구소에 의해 개발된 상태다. 차량이 미끄러운 도로를 주행할 때 과도한 헛바퀴 및 미끄러짐 현상이 발생하는 원리를 활용해 블랙 아이스 위치 정보를 도출해내는 원리다. 차량으로부터 얻은 정보는 네비게이션 앱을 통해 뒤따르는 주행차량에 제공된다. 그러나 아직 관련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격제어 시스템으로 염수 용액을 살포, 도로 결빙을 억제하는 염수분사장치 자동화가 거론됐다. 블랙 아이스 빈발 지역 도로에 열선을 깔거나 염화칼슘을 살포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독일, 호주, 핀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블랙 아이스 예방을 위해 열난방 파이프를 주요 도로 밑에 묻어 놓는 ‘로드 히팅’(Road Hitting)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소극적인 대처만으로는 블랙아이스 피해를 줄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염화칼슘이나 모래도 나쁘지는 않지만 뿌리고 난 뒤에 눈비와 섞여 얼어버리면 또 다시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터널이 있는 고가 도로, 특히 겨울철 교통량이 적은 곳은 항상 블랙 아이스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인식을 운전자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교 겸임교수 역시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사실 염화칼슘을 미리 뿌려둬도 얼면 큰 효과가 없는데다가 모래는 누군가 와서 뿌려줘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면서 “블랙 아이스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대해 도로의 관리 책임 주체가 나름대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용 문제와 직결되지만 미끄럼 방지책이 필요하다”면서 “가장 확실한 대책 방법은 도로에다 열선을 넣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