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특별대표가 북한에 회동을 제안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비건 대표는 17일 오후 2박3일간 방한 일정을 마친 뒤 일본으로 출국했다. 한국에 체류하는 중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비건 대표는 전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비건 대표는 “미국은 북미 정상의 합의사항을 실천한다는 목표에 있어 ‘데드라인’(시한)은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을 향해 “북한의 카운터파트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겠다”면서 “(지금은) 일을 할 때이고 이 일을 완수하자. 우리는 여기에 있고 당신들은 우리를 어떻게 접촉할지 안다”면서 회동을 제안했다.
비건 대표의 제안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건팀이 외교적으로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고 또 하나는 북한의 체면 살리기라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실장은 “북미간 관계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면서 “북한이 연말 시한을 설정한 것도 미국의 정치 일정을 고려한 것인데 미국은 기본적으로 연말 시한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좀 더 느긋하게 이야기 하고 싶다는 입장인데 북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스스로 한계선을 그어놔 물러나기 굉장히 힘든 구조”라고 분석했다.
비건 대표와 북한과의 ‘깜짝’ 회동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경색된 북미간 관계를 풀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지난 7일에 이어 엿새 만인 지난 13일 또다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연말시한을 앞두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 관련 시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같은날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합창의장격)은 “우리는 거대한 힘을 비축했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은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우려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북한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무언가 일이 진행 중이라면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같은날 룩셈부르크를 방문한 뒤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취재진에 “북한이 ‘만족했다’고 느끼지 않으면 불특정 시험을 실행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