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에너지 '인공태양'의 핵심연료인 수소와 중수소를 고온에서도 분리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가스 흡수의 유연성을 가진 '다공성 물질'을 활용해 온도에 따라 다른 기공크기를 나타나게 하고, 그 결과 고온에서도 중수소 분리 효율이 존재함을 세계 최초로 보여 줬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총장 김남경) 에너지공학과 오현철 교수팀은 국소적 유연성을 가진 다공성 물질인 '금속-유기 골격체(MOF)'을 활용해 고온에서도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최경민 숙명여대 교수, 마이클 허셔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윤민영 경북대 교수가 참여했다.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중수소를 분리하는 원리인 '운동 양자체(KQS) 효과'를 고온에서도 구현한 최초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내용은 미국화학회지(JACS)(Impact Factor 14.695) 온라인 속보(11월 21일자)로 공개됐다.
중수소는 수소에 중성자가 하나 더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다.
이 물질은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 발전의 핵심원료이자, 원자력 발전과 연구용 장비 등에 쓰이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수소는 전체 수소 중 0.016%로 극히 미미하다. 또 수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를 분리하기도 어려워 매우 비싸다.
중수소를 얻으려면 수소 혼합물에서 중수소만 골라내야 한다.
하지만 동위원소는 물리‧화학적 성질이 비슷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분리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과학자들은 양자효과가 극대화되는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설계해 중수소를 효율적으로 골라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른바 ‘양자체 효과’를 이용하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중수소 분리 기술은 보통 77 K(-200 도) 이하의 극저온에서만 효율적이 분리가 가능했다.
그런데 오현철․최경민 교수 공동 연구팀은 극저온에서는 기공이 닫힌 상태로 존재하다가, 온도가 77K 이상으로 올라가면 기공이 점진적으로 열리는 국소 유연한(local flexibility) 다공성 물질을 합성(FMOFCu)하는데 성공했다.
이 물질에 양자체 효과를 적용해 100 K 고온에서도 동위원소 분리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고온 동위원소 분리 전략을 제안했다.
고온에서 열리는 기공의 크기를 정밀하게 조절해 중수소만을 통과하도록 설계해 운동 양자체 효과를 고온에서도 구현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공성 물질 'FMOFCu'에서는 수소동위원소가 100 K 이상에서도 기공 안에 달라붙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다공성 물질에 (물리적)흡착되는 수소가 상압 이하에서 달라붙을 수 있는 온도는 보통 77 K 이하다.
최경민 교수는 "국소적인 유연성을 가진 금속-유기 골격체의 기공 크기가 온도에 따라 변하는 역동적인 구조를 잘 파악하면 동위원소의 분리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철 교수는 "일반적으로 100 K 근방 고온에서 운동양자체 효과를 적용해 동위원소를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 왔다"며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물질을 활용하면 고온에서도 운동양자체 효과를 활용해 동위원소분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세계최초로 보여준 결과로 이는 세계 정밀기체분리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해외대형연구시설활용연구지원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진주=강종효 기자 k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