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각종 편의 개선을 위해 세금이 대거 투입되는 ‘소규모주민숙원사업’이 일부 지방자치단체 고위 간부공무원의 전유물로 전락해 말썽이다.
주민의 왕래도 없는 경북 안동시 일부 지역에 수천만 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소규모주민숙원사업이 버젓이 시행된 데다 이 지역의 토지 주인이 안동시 고위 간부공무원과 그의 친인척들로 알려져 논란이다.
안동시는 지난해 3월 3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안동시 수상동 418-1, 413, 416번지 등지에 92m 콘크리트 도로포장과 높이 2.31m, 길이 57m 옹벽 공사를 진행했다. 소규모주민숙원사업에 하나로 진행된 공사는 같은 해 9월 완공됐다.
그러나 사업 이후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정작 사업이 절실한 지역 주민의 요구는 예산 부족 등으로 반려되기 일쑤인 상황에서 불필요한 사업이 특혜성으로 추진돼서다.
소규모주민숙원사업의 경우 농가나 농지에 농기계 접근이 어렵거나, 주민의 이동통로, 배수로 등 각종 편의 시설이 부실해 이를 개선하는 사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동시 고위 간부공무원과 그의 친인척들의 토지가 밀집한 지역은 소규모주민숙원사업의 취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위치이다. 주민의 왕래는 고사하고 오래전 남선면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고는 전해지지만, 지금은 수풀이 우거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게다가 경작지가 있으면 사업이 유리하다는 점도 악용한 사례로 지적된다. 수천 평의 토지 중 일부에만 농작물을 경작하고, 그마저도 ‘텃밭’ 수준에 그쳐서다.
현재 이 간부공무원은 안동시 건설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다. 자신의 직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안동시 고위 간부공무원은 "해당 공사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은 할 수 있으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누군가 나를 모함하려는 의심이 깊이 든다"고 해명했다.
한편 안동시 고위 간부공무원과 그의 친인척이 보유한 토지에 특혜성으로 추진된 ‘소규모주민숙원사업’의 규모가 단순히 한 번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동=권기웅 기자 zebo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