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이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되면서, 뒤늦게 배달앱에 뛰어든 쿠팡과 위메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DH는 현재 국내에서 배달앱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운영 중인 회사다. 이젠 배민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까지 품게 되면서, DH는 국내 배달앱 점유율의 90% 이상을 독식하게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앱 ‘위메프오’를 운영 중인 위메프는 ‘착한배달 위메프오!’ 캠페인을 열고, 최소 2년 동안 중개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배민과 DH의 합병 소식 이후 곧바로 이뤄진 조치다. 위메프 측은 “경쟁 플랫폼이 매달 부과하는 입점비용과 광고수수료 역시 받지 않을 것”이라며 “입점한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메프 관계자는 “이번 정책에 따라. 업주들은 노출을 늘리기 위한 광고수수료, 매달 고정 지출하는 입점비 부담도 지지 않을 것”이라며 “입점 업체들은 고객 주문금액에 비례해 책정하는 수수료만 부담하고, 만일 주문이 발생하지 않으면 이들의 비용 부담은 0원”이라고 설명했다.
배민과 DH의 합병으로 인한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이대로 가다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울러 배민의 여론이 악화한 틈을 타 각종 혜택으로 점주와 소비자의 민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위메프오에는 1만3000개의 매장이 입점했다. 교촌치킨·KFC 등 주요 프랜차이즈 기업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한 상태다.
지난 5월 ‘쿠팡이츠’ 배달앱을 론칭한 쿠팡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우아한형제들은 DH와의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하면서 쿠팡을 공개 비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플랫폼 등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며 인수합병에 대한 배경을 밝혔다.
거센 도전에 직면한 쿠팡은 ‘쿠팡이츠’의 배송 영역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앞서 쿠팡은 지난 5월 강남 3구에서 쿠팡이츠의 첫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배달지역을 넓혀왔지만, 아직 서울 북부 지역 8개구에서는 서비스를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서울 전 지역과 경기 지역으로 배송망을 넓혀 영향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쿠팡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강화된 서비스와 마케팅 공세를 펼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DH가 배민을 인수하려면 최종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문턱을 넘어야 한다. 공정위의 심사 결과가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배달앱 시장만 놓고 보면, DH가 독점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공정위가 배달앱 시장이 신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수수료율 인상률 제한’ 등을 내세워 조건부 승인을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경쟁 시장의 범위 기준을 배달앱, 이커머스 등 어디까지로 둘 것인지가 관건으로 보인다”면서 “배달앱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커머스와의 경계선마저 흐릿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이어 “종래에는 ‘배달시장’을 놓고, 이커머스와 배달앱이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