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기습적으로 개의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23일 오후 6시30분경 임시국회 본회의 개의를 결정했다. 개의 시간은 오후 7시로 개의까지 채 30분을 남겨두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이주영 국회 부의장과 심재철 원내대표 등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문 의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문 의장은 40여분간 국회의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이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이후 다른 출입구를 통해 7시 57분께 의장석에 앉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과 내년도 예산부수법안 22건 등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33건의 법안 처리에 들어갔다.
뒤늦게 문 의장의 개의사실을 확인한 한국당 지도부와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의장석을 둘러싸고 국회법에 규정된 의사진행절차를 불법으로 날치기 처리하려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특히 문 의장의 행태를 두고 아들의 세습공천을 위한 권력의 시녀노릇이라고 질타하며 문 의장의 사퇴를 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의장은 임시국회 회기를 오는 25일까지로 하는 ‘회기결정의 건’을 상정, 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행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안건을 표결에 붙여 통과시켰다. 이후 한국당은 토론에서 필리버스터 거부는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행위이며 국회의장의 독단적 의사진행이라고 맹비난했다.
나아가 문 의장은 계속되는 한국당의 비난과 의사진행 방해에도 불구하고 본회의를 강행하고 있다. 이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을 위한 사법개혁 관련 법안, 유치원 3법 등 쟁점법안이 표결에 붙여질 경우 문 의장과 한국당의 충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민주당은 한국당의 방해를 관망하며 문 의장의 의사진행에 따른 표결에만 참여하고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