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항공업계는 한마디로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불매운동에 따른 일본 노선 수요 급감으로 인한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영악화를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등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올 한해 최대 이슈로 자리매김한 것은 바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형 항공사가 시장 매물로 나왔다는 것 부터가 이례적인 데다, 누구에게 인수되는 냐에 따라 항공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제주항공-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강한 의지를 피력했으나 1조원가량 더 많은 금액을 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컨소시엄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31.05%ㆍ구주)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신주를 모두 매입한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율 44.2%),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개발(100%), 에어서울(100%) 등 자회사도 일괄 매입하게 된다. 이에 따라 HDC현산은 대한항공에 이어 항공업계 2위 기업으로 올라서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고배를 마신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했다.
제주항공은 R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양해각서에 따라 제주항공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인수주식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이며 지분비율은 51.17%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으나 패배한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애경이 향후 시장에 매물로 나올 LCC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이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먼저 매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를 통해 제주항공은 LCC 업계 5위인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며 업계 선두를 굳히게 됐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여객점유율을 확대하고 LCC 사업모델의 운영효율을 극대화해 LCC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뿐 만 아니라, 안전운항체계 확립과 고객만족도 개선이라는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혔다.
이번 인수로 국내 항공업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2'와 LCC 업계간 구도에서 사실상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빅3'와 나머지 LCC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과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지난 3분기 기준으로 국내선 24.8%, 국제선 19.5%를 차지, 상위사업자들과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이에 반해 항공업계에 구조조정 한파도 몰아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올해 경영환경이 좋은 않은 상황에서 내년 또한 상황을 낙관할 수도 없기에 군살 빼기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이미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은 데 이어 HDC현대산업개발의 품에 안긴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5월에 이어 또 다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공지한 상황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본격화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