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는 26일 고 김정희 교수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에 대한 교육부의 반성과 대책을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고 김정희 교수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82-1호인 동해안별신굿 악사이자 전수교육조교로서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전통예술원에서 겸임교수로 20여년간 강단에서 가르쳐 왔다. 올해 8월 한예종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석사학위 이상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인을 해고했다.

강사법에는 겸임교수의 학위와 관련한 제한이 있지도 않는데도 한예종은 강사법을 빌미로 고인을 해고한 것이고 이는 결국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국교련은 이번 성명서를 통해 이 비극적 사건이 강사법의 시행과정에서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교육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에 발생한 문제임을 지적했다.

강사법은 강사들의 법적지위와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개정됐지만 오히려 강사들을 해고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고 일부 대학에서는 강사법의 내용을 왜곡시켜 강사의 기회를 박탈하는 경우가 있는데도 교육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교련은 강사법이 진정 고등교육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의 시행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이 스스로 변화해야 하며 정규 교수들도 이들 비정규 교수들을 교육의 동료로서 받아들이고 이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교련은 마지막으로 현재 각 대학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대량 해고사태와 관련해 정부 당국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관련 대학에 대해 철저한 지휘 감독권을 행사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성명서 전문이다.

고 김정희 교수의 죽음을 애도하며 교육부의 반성과 대책을 촉구한다.

또 한명의 비전임 교수의 안타까운 희생을 목도하며 우리는 애통함과 함께 밀려오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고 김정희(58) 교수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82-1호인 동해안별신굿 악사이자 전수교육조교로서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전통예술원에서 겸임교수로 20여 년간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그러나 올해 8월 한예종은 강사법을 들먹이며 석사학위 이상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인을 해고하였다. 그러나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겸임교수는 실무, 실기 등의 교과를 교수하기 위해 임용되며 석사학위 등과 같은 자격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조건이다. 우리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는 이 비극적 사건이 강사법의 시행과 관련하여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교육부가 책임을 방기한 것에서 비롯된 것임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2018년 12월 18일 공포된 강사법은 강사들의 법적지위와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개정되었지만 오히려 강사들을 해고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강사법의 시행에 따른 비용 증가가 대학에게 재정적 압박으로 와 닿을 수도 있으나 실상은 전임교원의 강의시간이나 대형강의를 늘리면서 시간강사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는 핑계로 활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일부 대학은 강사법의 내용을 왜곡시켜 충분히 기존의 강사에게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경우에도 그 기회를 박탈하는 경우가 많다. 고 김정희 교수도 강사가 아닌 겸임교수였지만 한예종은 강사법의 내용을 왜곡시켜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또한 언론도 그 문제가 마치 강사법에 있는 듯 문제의 본질을 왜곡 시켰다.

비정규 교수들은 교육자이자, 연구자이며 학문을 유지시키는 후속세대이다. 이들의 위치가 흔들리고 인권이 무시되는 상황에서는 결코 학문이 융성할 수 없고 대학도 진리탐구의 전초기지로 기능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우리 국교련은 강사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강사들을 대학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함을 강조해왔다. 이것은 비단 강사들 뿐 아니라 강사법의 적용에 한 발짝 빗겨나 있는 겸임교원과 초빙교원 등의 비정규 교수들에까지 적용되어져야 한다. 강사법이 진정 고등교육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의 시행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이 스스로 변화해야 하며 정규 교수들도 이들 비정규 교수들을 교육의 동료로서 받아들이고 이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함이 마땅하다.

국교련은 전국 국공립대학교 18,000여 교수들을 대표하여 고 김정희 교수의 죽음을 애도하며 다시는 이 땅에 비정규 교수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열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각 대학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대량 해고사태와 관련하여 정부 당국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며 관련 대학에 철저한 지휘 감독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우리 국립대학 교수들도 강사법이 올바르게 정착되어 학문과 대학의 참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9년 12월 26일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