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결산]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봤을 2019년 영화

[2019 결산]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봤을 2019년 영화

이럴 줄 알았으면 안 봤을 2019년 영화

기사승인 2019-12-27 06:00:00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는 1828편입니다. 그 중 1월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이 1626만 명을 동원해 가장 많은 관객을 선택을 받았습니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벌새’(감독 김보라)는 국내외 영화제에서 35관왕에 오르며 호평받았죠.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으로 마블 페이즈 3가 막을 내렸고, ‘알라딘’과 ‘겨울왕국 2’ 등 디즈니 영화가 국내 관객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예상대로 재미있었던 영화도 있었고, 생각 외로 아쉬움이 큰 영화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나에겐 최고였던 영화도 있었고, 상영 도중 극장을 나가고 싶었던 영화도 있었죠. 쿠키뉴스 대중문화팀 기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에게 ‘2019년 2회차’를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선택하지 않을 영화는 무엇인가요.


△ ‘버티고’

제목부터 예상했어야 했다. ‘버티고’처럼 버티고 또 버텼던 영화가 없다. 영화는 계약직 직장인 서영(천우희)이 처한 고통스러운 상황을 서술하는 데 114분 상영 시간 대부분을 투자한다. 믿고 의지할 인물이 서영밖에 없는 상황에서 관객은 그가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함께 견뎌야 한다. 서영이 온 힘을 다해 자기 자리에서 버티는 것과 관계없이 상황이 점점 악화된다. 서영을 스토커처럼 지켜보며 응원하는 유리창 청소부를 일종의 사랑처럼 그리는 것도 이상하다. 대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만큼 결말이 주는 배신감은 배가 된다. ‘버티고’는 서영에게 가장 나쁜 선택지를 뽑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아름답게’ 그린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출간된 게 9년 전이다. ‘벌새’와 ‘82년생 김지영’, ‘윤희에게’ 같은 영화가 나온 2019년에 개봉했다고 믿기 힘든 영화다.

이준범 기자


△ ‘신의 한수: 귀수편’

돈과 명성을 지닌 중년 남성이 자신의 집에서 일하는 소녀를 나지막이 불러 세울 때부터 직감했다. 지금 당장 영화관을 뛰쳐나가야 한다고. 주인공의 누나(신수연)가 주인공을 위해 헌신하다가 성범죄를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전개는, 예상을 빗겨가지 않기에 더욱 보기 고통스럽다. 귀수(권상우)가 황덕용(정인겸)의 딸 황선희(스테파니 리)를 인질 삼아 복수전을 펼치는 장면에선, 궁지에 몰린 황덕용이 아닌 공포에 질린 황선희의 표정과 목소리가 보다 집요하게 카메라에 잡힌다. 긴박하기는커녕 괴롭고, 괴로움이 지나가면 분노가 솟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전체 범죄발생건수는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성폭력과 미성년자 성적학대 범죄는 증가했다. 현실에선 여성들이 스러지는데, 영화에선 이 스러진 여성을 도구 삼아 남성 주인공의 각성을 그린다. ‘신의 한수’가 아니라 ‘악수’(惡手)다. 더 이상 ‘그러려니’ 하고 볼 수 없다.

이은호 기자


△ ‘두번할까요’

두 번은 보기 힘든 영화다. 결혼식이 아닌 이혼식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앞세워 재기발랄한 로맨스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구태의연함의 연속이다. 부부가 이혼 이후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만난다는 내용을 억지스럽지 않게 이어가려 했지만,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로맨스는 설레지 않고 코미디 또한 유쾌하지 않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클라이맥스 사건 또한 황당하게 전개돼 이야기가 힘없이 마무리된다. 배우 권상우와 이종혁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그 장면’을 패러디한 부분만 기억에 남는다. 

인세현 기자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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