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장질환, 4명중 1명은 진단에 1년 이상...치료비 부담도 커

염증성장질환, 4명중 1명은 진단에 1년 이상...치료비 부담도 커

기사승인 2019-12-30 09:51:55

염증성장질환 환자 4명 중 1명은 진단에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절반이 치료를 위해 타지역 의료기관을 방문했으며, 거주지역에 치료기관이 없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대한장연구학회는 ‘2019 행복한 장(腸) 해피바울 캠페인’ 일환으로 국내 염증성장질환(크론병, 궤양성대장염) 환자 439명을 대상으로 지난 9~10월 중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위장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희귀난치질환이다.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이 대표적이며 면역반응 이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설사, 혈변, 복통, 체중 감소, 심한 피로감 등의 증상이 수주 혹은 수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완치가 없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조사 결과, 환자들은 염증성장질환과 관련한 진료를 위해 한 달 평균 0.6회, 검사를 위한 방문까지 포함할 경우 한 달 평균 0.9회 병원을 방문하고 있었다. 세부적으로는 매월 내원하는 경우가 23.9%, 두 달에 한번 내원하는 경우가 42.1%, 3개월에 한번 내원하는 경우가 21.2%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증 희귀난치질환의 특성 상 거주지 외 시·도의 병원을 방문한다는 환자가 52.6%로 과반수를 넘었으며, 찾는 지역은 서울 55.4%, 경기 10.5%, 부산 7.5%, 대구 6.4%, 광주 3.9% 순으로 나타났다. 타 지역의 병원을 방문하는 이유로는 거주 지역에 염증성장질환 치료 병원이 없다는 답변이 37.2%를 차지해 대도시 이외 지역의 의료 인프라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음이 확인됐다.

진단에도 적지않은 시간이 걸렸다. 염증성장질환 발병 이후 의료 전문가를 통해 염증성장질환 진단을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3개월 미만이 37.1%로 가장 높았지만 1년~2년 미만 10.9%, 2년 이상~5년 미만이 걸렸다는 응답자도 16.4%에 달해 27.3%는 진단에 1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동시간을 포함한 병원 진료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약 5시간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31.9%가 4~5시간이라고 답했고, 6시간 이상이라고 답변한 경우도 28.2%에 달했다.

병원 내원을 위한 교통비로는 1회 당 환자 본인이 약 3만원을 쓰고 있었다. 병원 방문 시 주로 동행하는 사람은 부모가 59.4%로 가장 높았고, 배우자 27.4%, 기타 가족이 9.6% 순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환자가 입원 시 부모, 배우자, 자녀 등의 가족들이 간병을 하는 경우는 50.3%였다. 이는 가족 중에 염증성장질환 환자가 있을 경우 가족들이 병원 동행, 간병 등을 하면서 발생하는 간접비 부담도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응답자의 21.4%는 현재 치료 약물 외에 건강보조제를 복용 중이었다. 복용 중인 건강보조제는 프로바이오틱스(24.8%), 오메가-3(11.3%), 영양보충식(9.9%) 등이 있었으며, 이에 월 평균 약 12만원을 소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와 통증 관리 등을 위한 운동, 심리치료 등을 하고 있다는 환자도 71.7%에 달했으며, 월 평균 약 9만원을 소요했다.

이 같은 결과들을 토대로, 환자 1인 당 연간 소요하는 비용을 산출해보니 약 88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료비, 응급실 내원비, 수술비 등 직접적인 의료비 외에 질환으로 인한 환자와 가족의 노동 생산성 소실비(간병비 등), 병원 내원을 위한 교통비, 기타 건강관리비(건강보조제 구입, 운동 등) 등 간접적인 의료비를 모두 합산한 것이다.

이러한 비용 지출은 질환의 활성도와 관련이 높아서, 활동기에는 약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는 등 관해기 대비 질환이 질환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활동기에 있을 때 간접비를 포함한 전체 의료비가 더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완치없는 질환..의료비 경제적 부담 커

염증성장질환은 완치가 없어 지속적으로 지출되는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 환자들은 월 평균 약 18만원, 연 평균 약 200만원 정도의 진료비(외래진료비+약제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입원 시 1회 당 평균 약 190만원, 수술 시 1회 당 평균 약 260만원을 소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은 치료의 지연이나 중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용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지연하거나 중단했다고 답한 환자가 11.6%에 달했고 이후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응답한 경우는 10명 중 8명(80.4%)에 달했다.

환자 대부분은 산정특례 적용, 10명 중 6명은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 지원받고 있었다. 응답자 97.7%가 현재 산정특례 혜택을 받고 있었다. 

다만,  2016년 말 제정된 희귀질환관리법에 대한 인식은 부족했다. 희귀질환관리법 시행에 따라 궤양성 대장염이 희귀질환에서 제외돼 중증난치질환으로 분류된 것을 모른다는 환자가 49.2%였다. 이에 궤양성 대장염이 ‘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에 등록된 상병코드와 질환명이 모두 일치하는 경우에만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이 된다는 점도 모른다고 응답한 환자가 71.8%로 나타났다.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는 59.5%였고,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어려움이 크다고 답한 환자도 91.3%로 조사됐다.

대한장연구학회 김주성 회장(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이 치료비 부담은 물론 전신에 동반되는 질환들과 정신적인 고통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어려움이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염증성장질환은 평생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중증 희귀난치질환으로 산정특례 혜택을 받고 있지만, 교통비, 간병비 등 간접비 부담도 상당하며 환자 60%가 의료비 지원을 받을 정도로 소득 수준이 낮아 의료비 부담이 결코 적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사회,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해야 할 젊은 환자가 많아 사회적 안전망 제공을 위해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학회에서도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질환에 대한 인식을 더 높이고, 환자들의 치료 환경을 좀 더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