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유통가 총수들의 신년사 키워드는 ‘고객’ 그리고 ‘혁신’으로 요약된다. 온라인으로 소비 트렌드가 급변한 만큼, 전과 같은 방식으론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기존 유통 맹주로 꼽혔던 백화점과 마트는 2019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총수들은 다시금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온·오프라인 혁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공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을 역설했다. 신 회장은 “기존 사업 분야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 역량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 롯데’가 될 것을 주문했다. 그는 “기존 사업구조를 디지털 관점에서 재검토해 혁신해야 한다”며 “디지털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은 우리가 반드시 이뤄야 하는 과제임을 명심해 달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 회장은 고객과의 지속적인 공감을 강조했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롯데가 적잖은 타격을 받았던 것과도 무관치 않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고객의 니즈, 더 나아가 시대가 추구하는 바를 빠르게 읽어내어 창조적이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른 기업보다 한걸음 더 빠르고 어제보다 한 뼘 더 나은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이날 신년사를 통해 “결국 답은 고객의 불만에 있다”면서 고객과의 소통을 수차례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는 ▲수익성 있는 사업 구조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 ▲미래성장을 위한 신규사업 발굴 등 세 가지 역량에 집중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 회장은 “고객 입장에서 무언가 충족되지 못한 것, 무언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찾아 개선하고, 혁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첫 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의 한 해를 보냈다. 최근에는 기존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의 30% 이상을 리뉴얼하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삐에로쇼핑’ 전점을 폐점하는 등 대수술이 진행 중이다. 정 부회장은 “모든 것을 어중간하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별로 반드시 갖춰야 할 근본적인 본연의 경쟁력, 즉 ‘머스트 해브(MUST-HAVE)’ 역량을 확실히 선점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신년사 또한 혁신에 대한 절박함이 묻어난다. 정지선 회장은 “2020년을 그룹의 새로운 10년의 출발점이자 성장을 위한 실질적 변화를 실천해 나가는 전환점으로 삼고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비전을 만들어나가자”고 했다. 이어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면서 “실패에 당당히 맞설 때, 비전은 현실이 되고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수 있다”고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혁신적 사고와 실행을 바탕으로 한 성장전략 추진 ▲고객 가치에 초점을 둔 비즈니스 모델 변화 ▲공감과 협력의 조직문화 구축 등 3대 경영 방침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변화하는 고객 가치에 맞게 기존의 사업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며 “더 잘하는 것에 머물지 말고 다르게 행동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