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2020년 잠정 중단…호르무즈 파병 신중해야”

“북미대화 2020년 잠정 중단…호르무즈 파병 신중해야”

기사승인 2020-01-10 14:19:17

북한이 2020년 경제재건을 통한 ‘자력갱생’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미국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도쿄올림픽과 미국 이란간 갈등을 남북관계 개선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10일 주최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본 한반도 정세 전망’에서는 북한이 말하는 ‘정면돌파’가 외교, 군사적 강경책이 아닌 제재 압박 하에서 자력갱생을 통해 난관을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학계 의견이 제시됐다.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4일에 걸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대북 제재 장기화에 따른 ‘정면돌파전’을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장기적 대립을 예고하는 현 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새해 첫 현지 시찰 일정으로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건설현장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정면돌파전 첫 해인 2020년에 수행할 경제과업 중 당에서 제일 중시하는 대상 중 하나라는 것을 또다시 강조하기 위해 이 공사장을 찾았다”면서 “반드시 자력갱생 투쟁에 의한 훌륭한 결과들을 계속 쟁취해 나가야 한다”고 발언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현 상황을 ‘세기를 이어온 조미(북미) 대결은 오늘에 와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되어 명백한 대결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마디로 현 정세를 ‘자력갱생 대 대북제재’로 규정한 것”이라고 짚었다. 즉 자력갱생으로 대북제재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미국 계획을 좌절시킨다는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는 북한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해다. 당 창건 75주년이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마감하는 해이기도 하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달성에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나라의 경제토대를 재정비하고 가능한 생산잠재력을 총발동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수요의 충분한 보장 ▲ 과학기술 중시 등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올해 북한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달성을 과시하기 위해 가시적 성과들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부에 역량을 집중함에 따라 북미협상 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김 위원장이 “국가의 안전과 존엄 그리고 미래의 안전을 그 무엇과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쉽게 앉지 않는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면돌파전은 미국과의 관계를 대화 협상이 아닌 공세적 외교와 강력한 자위력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미”라면서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북미협상 중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핵 능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자력갱생을 통해 제재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조건부 핵무기보유국’으로 의도를 표출했다”고 평가했다. 

불투명한 미국 내부 상황도 부정적 관측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내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역시 북한에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우회적 방법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처럼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중지했다. 또 한미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경색된 국면이었던 남북관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남북정상회담까지 이어졌다. 

구갑우 북한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2월9일 유엔총회에서는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동안 군사적 분쟁을 중단하는 휴전 결의안을 채택했다”면서 “오는 3월 예상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로 발생되는 동북아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일본발(發) 평화과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 자율성을 가지고 미국의 허용범위 안에서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위해 북한을 포용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남북일 소다자 협력을 만들어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도 언급됐다. 구 교수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지난 2003년 8월 시작된 6자회담처럼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제를 ‘외주’ 맡길 가능성이 있다”면서 “남한 정부가 6자 회담을 다시 제안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과정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요구하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 교수는 “남한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한다면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협상을 제기할 수 잇는 정당한 행위자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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