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중 무역 분쟁과 공급과잉으로 정제마진(석유제품에서 원료비와 운송비 등을 제외한 값) 약세가 진행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IMO 2020’(선박의 황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하는 황산화물 배출 규제)에 발맞춘 저유황유 판매를 통한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석유제품 수출 및 트레이딩 전문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는 2010년부터 싱가포르 현지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임차해 블렌딩용 탱크로 활용, 해상에서 반제품을 섞어 저유황중유를 생산하는 ‘해상 블렌딩 사업’을 운영 중이다. 작년 월 10만톤 규모로 공급했던 물량을 작년에는 월 60만톤 규모로 공급했으며, 황 함량이 0.1% 이하인 초저유황 중유 물량도 2배가량 늘렸다.
SKTI는 이미 한국에서 18개 선사와 저유황유 장기 계약을 맺는 등 안정적인 거래선 확보에 나섰다. 올해는 저유황중유 해상 블렌딩 사업을 통해 연 33백만 배럴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 2017년 11월, 약 1조원 투입을 통해 SK울산 Complex내에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acuum Residue Desulfurization, 이하 VRDS)건설에 돌입했다. VRDS는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0.5%저유황중유, 선박용 경유 등 하루 총 4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수 있어 IMO2020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설비로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낼 전망이다.
아울러 SK에너지는 초기 VRDS 가동 효과 극대화를 위해 설계와 구매, 건설 기간을 단축, 완벽한 품질관리 실행 등을 통해 완공 시점을 올해 1월로 3달가량 앞당겼다. 시험가동을 마친 후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게 되면 SK에너지는 역내 압도적인 규모로 저유황유를 공급하는 유일한 업체로 발돋움한다.
SK에너지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서 VRDS 가동 후 매해 2000~3000억원의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국내 다수 증권사도 IMO 2020 시행에 따른 국내 대표 수혜 업체로 SK에너지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을 지목하고 있다.
다만 일부 선사들은 IMO2020 시행과 관계없이 기존 고유황 중유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각국에서 강력한 규제 방안을 구상하고 있어 저유황유 판매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동남아 물류 허브(Hub)인 싱가폴은 연안 입항 규격을 강화함과 동시에 IMO2020 위반 시, 2년 이상의 징역 입법을 검토 중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싱가폴항구 저유황중유, 선박용 경유 판매량 급증과 고유황중유 판매량 급감을 확인했다”며 “결국 저유황유 판매 증가 및 가격 상승은 선박용 경유 블렌딩을 위한 디젤 수요 증가 및 디젤 마진 개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 역시 “올해 정제마진은 상승할 전망이다. 올해 저유황중유 재고 축소에 따른 디젤 수요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올해 1월부터 해운사에서 노골적으로 고유황중유를 사용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제마진이 지난해 12월 저점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