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앞두고 수사권 조정법 국회 통과에 반발해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부장검사)가 사표를 냈다. 일각에서는 항의성 줄사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생활형 에세이를 담은 베스트셀러 ‘검사내전’ 저자인 김 부장검사는 14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 공화국”이라면서 “철저히 소외된 것은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 개혁이라는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했지 국민이 이 제도 아래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게 되는지 이게 왜 고향이 아니라 북쪽으로 향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면서 “의문과 질문은 개혁 저항으로만 취급되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면서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되어 부당하다. 이른바 3불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봉건적인 명(命)에는 거역하라. 우리는 민주시민이다.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啐啄同時) 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장검사가 남긴 글에는 지지를 표하는 동료들의 댓글이 500개 넘게 달렸다.
줄탁동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취임하면서 언급한 사자성어다. 줄탁동시는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과 새끼가 안팎으로 서로 쪼아야 한다는 의미다. 추 장관은 검찰 내부에서도 변화에 발맞춰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같은날 조국 전 법무부 일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된 상상인 그룹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의 김종오 부장검사 역시 사표를 제출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부족한 저에게 공직의 길을 허락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검찰 가족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면서 “남은 인생은 검찰을 응원하며 살겠다”는 짧은 글을 남겼다. 김 부장검사가 지휘하던 조세범죄수사부는 전날 법무부가 발표한 직제 개편안에 따라 조만간 폐지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날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의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나 과거의권력에 대해서나 검찰 자신이 관계된 사건에 대해서나 항상 엄정하게 수사돼야 하고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면서 “어떤 사건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수사 공정성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이라는 점에 대해 좀 더 인식하면서 검찰의 조직문화, 수사관행을 고쳐가는 데까지 윤석열 총장이 앞서준다면 국민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신뢰를 얻게 될 것”이라면서 더 많은 개혁을 주문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