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희생자 72년만 무죄…재판부 “잘못된 판결 깊이 사과”

여순사건 희생자 72년만 무죄…재판부 “잘못된 판결 깊이 사과”

기사승인 2020-01-20 15:33:56

여순사건 당시 반란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사형당한 민간인 희생자에게 법원이 72년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 일부가 제주 4.3 사건 진압을 위한 제주 출병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에 정부군 진압과 사후 토벌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 1만여명이 희생당하고 일부 군경도 피해를 입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는 20일 내란과 국가문란 혐의로 기소된 고(故) 장환봉씨(당시 29세)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죄 사실의 증명이 되지 않았다”면서 “장환봉은 좌익, 우익이 아니라 명예로운 철도 공무원으로 기록될 것이다.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이번 판결의 집행이 위법한 공권력에 의한 것이었음을 밝히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울먹이기도 했다. 또 “70년이 지나서야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선언하게 되었는데 더 일찍 명예로움을 선언하지 못한 것에 사과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김 판사는 장씨 유족에게 고개 숙여 사죄했고 이에 검찰과 법원 사무원들도 일어나 고개를 숙여 피해자에게 사죄했다.

고 장씨는 여순사건 당시 철도기관사로 국군이 반란군으로부터 순천을 탈환한 직후 반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22일만에 군사법원에서 내란 및 국권 문란죄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여순사건 이후 군과 경찰이 438명의 순천지역 민간인을 내란혐의로 무리하게 연행해 살해했다고 결론 내자 장씨 유족은 지난 2013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6년만인 지난해 3월 장씨 등이 적법한 절차 없이 체포, 구속됐다고 보고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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