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3년 만에 허훈이 KBL의 중심 선수로 우뚝 섰다.
허훈은 아마추어 시절 향후 한국 농구의 미래로 낙점됐다. 안정적인 경기 조율과 폭발적인 득점력, 승부처 때 클러치 능력은 그의 아버지 ‘농구대통령’ 허재를 연상케 만들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17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부산 kt에 지명된 허훈은 프로 적응에 애를 먹었다. 이따금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기복을 보였다. 데뷔 시즌 신인왕은 연세대 대학 동기 안영준(SK)에게 넘겨줬다.
크고 작은 부상도 허훈을 괴롭혔다. 허훈은 데뷔 2시즌 간 평균 출전 경기 수가 31경기에 그쳤다. 평균 출전 시간도 30분을 넘기지 못했다.
3년차를 맞이한 그는 180도 달라졌다. 올 시즌 25경기에 출전해 평균 16.1득점 7.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부문 전체 6위이자 국내 선수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다. 어시스트도 리그 전체 1위다.
그의 활약은 농구 팬들을 열광시켰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허훈은 이번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전체 1위에 오르며 KBL 최고의 인기남에 등극했다. KBL의 대표 선수로 자리매김한 순간이었다.
허훈의 진가는 올스타전에서도 빛이 났다.
허훈은 등장부터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허훈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꼬부기로 분장해 춤을 추며 등장했다. 허훈의 등장에 많은 환호가 쏟아졌다.
그의 존재감은 경기 중에 더욱 드러났다. 1쿼터 막바지 갑자기 코트가 갑자기 경기장의 조명이 모두 꺼지고 스포트라이트가 허웅과 허훈을 잡았다. 나머지 8명의 선수가 코트 양쪽으로 물러난 뒤 형제의 1대1 대결이 펼쳐졌다. 팬들은 두 선수의 맞대결에 엄청난 환호성을 질렀다.
2쿼터에는 허훈이 깜짝 심판으로 나서 편파 판정으로 자신의 팀에 잇따라 자유투를 주는 등 재미있는 퍼포먼스로 관중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또 최준용(SK)과 몸싸움을 벌이다 비디오 판독 끝에 더블파울을 선언받자 허재 전 감독의 유행어 “그것은 아니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3쿼터에도 허훈의 활약은 이어졌다. 3쿼터 허훈은 시작과 동시에 트래블링 반칙을 범했다. 이때 허훈은 공을 손에 놓지 않았고, 코트에 있는 모든 선수들이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로스텝 챌린지를 펼치기도 했다.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한 허훈은 이날 14득점 6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같은 팀 동료인 김종규가 31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MVP에 올랐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허훈에게 집중됐다.
허훈은 경기가 끝난 후 “인기 있는 선수들이 많은 데 팬투표 1위를 해 정말 영광이다"며 “팬 투표 1위를 했는데 퍼포먼스적인 부분에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팬들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력과 더불어 언변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허훈이다. 허훈이 있어 KBL을 보는 즐거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