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국익’ 노렸나…정부,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키로

‘더 큰 국익’ 노렸나…정부,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키로

기사승인 2020-01-21 16:03:36

정부가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호르무즈 호위연합체) 참여가 아닌 독자활동 형태로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국방부는 21일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하고 우리 군 지휘 하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미국-이란 분쟁 등 중동지역 긴장고조가 장기화되고 있고 우리 국민과 선박 안전, 안정적 원유 수급 등과 관련해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며 "정부는 현 상황을 '유사시 상황'으로 정책적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피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외국민의 보호를 위해 정부가 유사시 상황으로 정책적 판단을 통해 청해부대의 작전 지역을 변경한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자적 파병은 국민과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해부대 작전범위를 호르무즈 해협 근처까지 확대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파견 기한을 ‘한시적’이라고 발표했다. 정확한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청해부대가 필요한 경우 IMSC와도 협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정보공유 등 제반 협조를 위해 청해부대 소속 장교 2명을 바레인에 있는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 파견할 예정이다.

이번 독자 파견 결정은 미국, 이란과 사전 협의를 거친 뒤 나왔다.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결정을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란은 ‘(독자 파견) 결정을 이해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정부가 독자적 파병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제해양안보구상 일원으로 참여하는 형태의 파병은 결정된 바 없다”면서 “국민과 기업의 생명, 재산을 보호하고 우리 선박의 안전한 자유항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독자 파병은 한미 동맹과 이란과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절충안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면서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기를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새해 기자회견을 통해 호르무즈 파병은 여려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다면서 ‘현실적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남북협력 진전 구상에 대한 미국 협력을 유도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해 남북관계 개선 동력을 잃지 않겠다는 의도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발표한 개별관광, 올림픽 공동개최, 접경지 협력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북제재 완화가 필수적이고 미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정부는 유엔 대북 제재 완화 등과 관련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비슷한 선례도 있다. 지난 2003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 반발을 뒤로 하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미국은 고 노 전 대통령의 6자 회담 구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이라크 파병 결정은 북핵 문제를 6자회담에 의한 외교적 해결로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그 국익은 우리가 이라크 파병으로 잃는 국익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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