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커지는 ‘비건’ 시장…유통가 분위기도 달라졌다

쑥쑥 커지는 ‘비건’ 시장…유통가 분위기도 달라졌다

비건 위한 상품 속속 출시...사회적, 윤리적 가치 중시하는 밀레니얼 트렌드

기사승인 2020-01-22 04:00:00


유통가의 ‘비건(Vegan)’ 시장 진출이 더 빨라지고 있다. 비건이란 육류·생선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윤리적 소비와 친환경 트렌드의 확산으로 이들은 국내서도 새로운 구매 세력으로 급부상 중이다. 한국채식연합은 국내 채식 인구를 현재 150만~200만 명으로, 이중 비건은 5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순식물성 원료만을 사용한 마요네즈를 자체 브랜드 상품(PB)으로 출시했다. 일반 마요네즈는 계란 노른자를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반해 본 제품은 달걀대신 기능성 대두를 사용했다. PB상품 최초로 ‘한국 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다. 롯데마트는 이 외에도 비건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식물성 대체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1월 식물성 고기로 만든 냉동만두 '언리미트 만두'를 내놨다. 이어 100% 식물성 콩 단백질로 만든 고기를 사용한 햄버거, 김밥 등도 선보이고 있다. CU도 100% 순식물성 재료를 활용한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했다. 모든 고기는 통밀 또는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사용해 만들었다고 CU측은 설명했다. 김밥에도 햄을 대신해 순식물성 고기와 유부를 사용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헬로네이처는 지난해 7월 ‘비건존’을 따로 열었다. 비건 반찬부터 베이커리, 양념류, 요거트 및 아이스크림류가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한다. 오픈 초기 대비  60%가량 신장했다. 특히 건강이 이슈가 되며 비건식은 더욱 확산하는 추세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비건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상승했다. 특히 베이커리 제품은 2272%, 초콜릿과 크래커 제품은 1123%나 뛰었다. 

현재 전 세계 채식 인구는 1억8000만 명, 비건은 54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 규모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식물성 고기 글로벌 시장도 매해 커지고 있다. 2010년 12억달러에서 2015년 18억달러, 2020년에는 30억달러로 10년 사이 그 규모가 2.5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본래 ‘비거니즘’은 본래 채식주의자를 말하는 영어 단어 비건(Vegan)에서 파생된 말이다. 단순히 육식을 피하는 식습관에 그치지 않고 가축제품, 오리털, 동물 화학 실험을 하는 동물성 제품 사용도 피하는 등의 적극적 개념을 뜻한다. 이는 식습관 개선 차원을 넘어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윤리적 소비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설 선물 카탈로그에 친환경 ‘내추럴·비건 와인’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난해 백화점 전체 매출의 36.7%를 차지한 2030 밀레니얼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내추럴·비건 와인이란 화학비료나 살충제,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포도를 사용하거나, 숙성 과정 중 동물성 화학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와인이다. 지금까지 대형 유통업체보단 레스토랑이나 소규모 와인숍에서 주로 취급해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건을 구입할 때도 사회적 가치와 윤리적 측면까지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비건족의 확산이 두드러지는 추세”라고 평했다. 이어 “비건족 등 그린컨슈머가 무시할 수 없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변두리 취급하던 업계의 분위기 역시 크게 달라지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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