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안나푸르나 사고 안타깝지만…또 혈세로 관광?” 냉담한 여론

“네팔 안나푸르나 사고 안타깝지만…또 혈세로 관광?” 냉담한 여론

기사승인 2020-01-22 15:30:51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하산하던 중 눈사태로 실종된 교사 4명에 대한 수색이 난항을 겪고 있다.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악성댓글(악플)이 잇따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현장에 급파된 네팔 군 수색대원 9명은 군용헬기를 타고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착륙해 수색을 진행했으나 추가 눈사태 위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9일과 20일 연속 날씨가 나쁘고 눈사태가 발생하면서 수색작업이 도중에 여러 차례 중단됐다.

또 산악인 엄홍길 대장까지 나서 적외선 탐지 장비를 탑재한 드론을 띄워 수색했지만 실종자들의 반응 신호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 드론은 눈 속 4m 깊이까지 사람의 체온 같은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해외교육봉사활동에 나선 충남 지역 교사 4명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코스인 데우랄리롯지(해발 3230m)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은 뒤 이튿날 하산하다가 눈사태로 실종됐다.

실종 5일째에 접어들면서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AFP 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눈사태에 휩쓸려 묻힐 경우 두 시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보도했다. 또 네팔 구조팀의 앙 타시 셰르파는 같은 매체에 “사고 후 너무 많은 날이 지났다”면서 “실종자에 대한 생존 희망을 갖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바로 뒤에서 사고를 목격한 동료 교사들은 22일 새벽 귀국했다. 충남 해외교육봉사단 교사 6명은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동료들과 같이 못 오는 상황에서 이 자리에 서는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라며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두 그룹으로 하산하던 중 선두그룹이 급작스럽게 눈사태로 사고를 당했다. 선두 그룹과 후미 그룹과의 거리는 6m 정도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상에서는 사고를 당한 것은 안타깝지만 공무원들이 세금으로 해외여행을 다닌다며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사고 소식을 전한 기사에는 “이번 기회에 공무원 해외 연수를 전부 없애야 한다. 교육봉사한다면서 관광하러 간 것 아닌가” “왜 국민들이 세금으로 공무원 해외여행까지 보내줘야 하나” “실종된 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수색에 들어가는 비용이 엄청날 텐데 국가에서 실종자 가족한테 구상권 청구는 하는 건가”라는 댓글들이 잇따라 달렸다.

실제로 충남도교육청에서 지난 19일 공개한 ‘2019학년도 교원 공무 국외여행 일정표’에 따르면 3조 일정은 지난 13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총 13일 가운데 대부분을 이동, 트레킹, 탐방 등 관광에 할애했다. 온전히 하루를 교육활동에 할애하는 날은 21일 하루에 불과했다. 그나마 19일, 22일, 23일에 학교와 공부방 방문 계획이 짜여 있긴 하지만 관광지와 자연 탐방 등 관광 일정과 함께였다. 또 비용 부담이 도교육청 80%,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하고 참가 교원은 나머지 20%를 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비난의 목소리를 더했다.

비단 충남도교육청만의 일이 아니다. 울산광역시교육청 선진교육·문화체험연수단의 ‘2019년 지방공무원 국외연수 보고서’에 따르면 24명의 교사, 교직원들은 지난해 12월13일부터 22일까지 8박10일 일정으로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다. 국제적 감각 제고 및 폭넓은 안목 배양과 선진 교육·문화를 체험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일정은 프라하 야경, 쉔브룬 궁전, 뉘른베르크 성 관람 등 관광 일정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교육과 관련된 일정은 현지 초등학교 1곳과 중고등학교 3곳 방문뿐이었다.

충남도교육청은 지난 19일 첫 브리핑에서 사고 날찌와 장소를 틀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해외교육봉사활동이) 외유성 해외연수라는 비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지난 19일 김지철 충남 교육감이 발표한 대국민 호소문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