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의 이야기는 전부 ‘돈’과 ‘경제 성장’에 대한 것뿐이지요.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 연단에는 앳돼 보이는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섰습니다. 자리에 선 그녀의 표정에는 분노가 가득했습니다. 16세 스웨덴 환경운동가의 울분 섞인 연설은 동석한 수많은 정치인을 향한 호통이었죠. 매주 금요일, 환경보호를 위해 학교 대신 1인 시위를 선택했던 툰베리.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그녀를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반성합니다. 흥청망청 뽑아 쓰던 비닐 팩과 커피를 마실 때마다 사용한 플라스틱 빨대. 툰베리의 연설은 기자의 마음에도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제라도 환경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SNS를 살펴보던 중 간혹 ‘프리플라스틱챌린지’라는 해시태그가 눈에 띕니다. 프리플라스틱챌린지란 세계자연기금(WWF)과 제주패스가 함께 시작한 환경운동 캠페인입니다. 텀블러 사용을 SNS에 인증하면 1000원이 적립됩니다. 적립금은 프리플라스틱챌린지 기념 텀블러 제작에 사용되고, 제주패스와 WWF 기부금으로 이용됩니다. 기자도 환경보호 운동에 동참하고자 프리플라스틱챌린지에 도전해봤습니다.
20일 이른 오전, 출근길 카페에 들러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일회용 컵 사용은 금지. 집을 나서기 전 가방에 챙겨온 텀블러를 꺼내 카페 직원에게 내밀었습니다. “텀블러 사용하셔서 200원 할인. 아메리카노 1800원입니다” 프리플라스틱챌린지 도전이 뿌듯해지는 순간입니다. 커피를 다 마신 뒤, 텀블러에는 물을 담아 마셨습니다. 플라스틱은 물론 일회용인 종이컵도 사용하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지난 21일에는 퇴근 후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 들렀습니다. 음료를 받아 자리에 앉은 친구는 자연스럽게 비닐에 담긴 플라스틱 빨대를 건넸습니다. “나 프리플라스틱챌린지 중이야. 빨대 안 써.” 친구는 머쓱해 했지만, 본인도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빨대 2개를 다시 비치대에 꽂아 두고 옵니다.
“해외에서 한 바다거북이가 구조됐는데, 코에 빨대가 박혀서 피를 흘리고 있었데. 이게 다 플라스틱 사용하는 사람들 탓이지. 나도 이제 플라스틱 안 써야지.” 친구에게도 프리플라스틱챌린지를 전파했습니다.
“저녁 반찬 하게 메추리알 사 와.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사 오고.” 다음날 퇴근길에는 어머니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장을 보러 가야 합니다. 도착한 집 앞 마트에서 식료품을 하나둘 담자 짐은 꽤 많았습니다. 짐을 담은 바구니를 들고 계산대 앞에 섭니다. “봉투 필요하세요?” 계산대에 선 직원이 묻습니다. 프리플라스틱챌린지 이후 내내 가방에 넣고 다녔던 장바구니가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장바구니 가져와서 필요 없습니다.”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짐을 넣었습니다.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봉툿값 500원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플라스틱챌린지가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기자는 떡볶이 마니아. 퇴근 후 도착한 집 소파에 앉아 배달 앱을 켜고 떡볶이 가게를 찾습니다. “아 맞다. 포장용기!” 설렘도 잠시, 떡볶이 가게들은 대게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떡볶이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가게도 있을 거야. 찾아보자.” 앱에서 검색된 떡볶이 가게 목록에서 열 군데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하나같이 같았습니다. “플라스틱 용기 안 쓰는 떡볶이 가게가 어딨습니까” 결국 인근 떡볶이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 했습니다.
7일간의 프리플라스틱챌린지 결과,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비용 절감’이었습니다. 꽤 많은 카페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텀블러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할인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환경보호까지 가능한 일이니, 도전자에게는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다만 플라스틱 사용이 일반적인 배달업계 등 일부 유통업계의 환경보호 운동 동참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어느덧 2020년에 접어든 지 한 달여가 다 돼 갑니다. 새해엔 저마다 하나씩 목표를 세우기 마련이죠? 올해에는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라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는 여기에 있으면 안 돼요. 대서양 건너편 나라에 있는 학교로 돌아가 있어야 합니다.” 소녀 환경 활동가의 울부짖음에 모두가 책임감을 갖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