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지지율 견인한 남북관계…총선 앞두고 발목잡나

文대통령 지지율 견인한 남북관계…총선 앞두고 발목잡나

기사승인 2020-01-26 06:05:00

“남쪽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그쪽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문재인 대통령)  “지금 넘어가 볼까요?”(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2018년 문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깜짝 '월경'을 하면서 김 위원장과 나눈 대화다. 두 정상은 함께 손을 잡고 나란히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역사적 판문점 회동이 무색하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오는 4월 총선거에서 여당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관계 악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해 10월15일 평양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남북 축구 경기다. 남북 축구 경기는 무관중 속에 치러졌다. 중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난관에 봉착한 남북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무력 시위도 재개했다. 지난해 13차례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을 발사했다. 또 김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서해 남북접경 지역인 창린도 방어부대를 방문해 해안포 사격을 지시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북한이 설정한 비핵화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간 갈등이 고조됐다. 북한은 지난해 12월3일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명의로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 결심에 달려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대를 쓰지 않기를 원하지만 만약 그래야 한다면 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무력 사용을 언급했다. 또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17년 사용했던 ‘로켓맨’ 별명도 2년 만에 다시 입에 올렸다.

최근 북한은 남한과 미국의 대화 재개 ‘러브콜’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3일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에 비핵화 협상 재개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로 김 위원장 생일을 축하하며 대화 시그널을 보냈으나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대북구상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주제넘은 일’ ‘허망한 꿈 꾸지 말라’ ‘바보 신세가 되지 않으려거든 자중하라’ 등 가시 돋친 표현으로 조롱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부에 역량을 집중함에 따라 올해 북미협상 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10일 경남대 극문제연구소가 발표한 ‘한반도 정세: 2019년 평가 및 2020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은 한국의 총선(4월), 미국의 대선(11월),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10월) 및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 등 남·북·미의 대내 정치 일정과 북·미간 핵 협상 부진 등을 감안했을 때,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같은날 열린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본 한반도 정세전망’ 세미나에서 “김 위원장이 언급한 ‘정면돌파전’은 미국과의 관계를 대화 협상이 아닌 공세적 외교와 강력한 자위력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미”라면서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북미협상 중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남북관계 악화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여당 지지율 상승과 직결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지난 2018년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으로 판문점 선언을 끌어낸 시기 83%까지 상승했다. 취임 이래 최고치다. 또 평양 3차 남북정상회담이 이후 이뤄진 지난해 9월18~20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전주보다 11%p나 상승한 61%로 집계됐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자유한국당에서 경제실정, 안보불안 프레임으로 더불어민주당을 계속 공격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에 ‘올인’하다시피 매달리고 있는데 이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목표는 결국 김 위원장의 답방이다. 개별관광을 성사시켜 김 위원장 답방까지 총선 전에 이끌어낸다면 엄청난 반전 아니겠는가. 총선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다만 남북관계 변수는 총선에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현재 국민들에게 남북관계가 특별한 기대감을 주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기본적으로 이번 총선에서는 생활 경제 문제, 부동산 이슈가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 또 검찰 개혁,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 국정운영과 관련한 견해에 따라 어느 당에 표를 던질지 입장이 갈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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