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방문 음식점∙카페, 왜 숨기나” 불만 고조

“코로나 확진자 방문 음식점∙카페, 왜 숨기나” 불만 고조

기사승인 2020-01-29 06:04:00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세번째 확진자가 4일 동안 서울 강남, 한강, 경기도 고양시 일산 일대를 활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이 발표한 접촉자만 74명에 이른다. 일산 시민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방문한 식당과 카페의 정확한 상호를 공개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27일 보도자료를 내 세번째 확진자(55세 남성)가 지난 20일 입국한 뒤 당국에 신고한 25일까지 강남 한 병원과 호텔, 고양시 등에서 활동했다고 발표했다. 세번째 확진자는 중국 우한시에 거주하다가 일시 귀국했다. 현재 음압치료시설이 마련된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경기 명지병원)에 격리된 상태다.

질본에 따르면 세번째 확진자는 지난 22일 몸살 감기 기운을 느껴 해열제를 복용한 뒤 개인 렌터카를 이용해 강남으로 이동했다. 방문한 곳은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 ‘글로비 성형외과’. 세번째 확진자는 지인의 진료에 동행했으며 인근 식당에서 식사 후 강남구 호텔 ‘호텔뉴브’에 투숙했다. 다음날인 23일에는 점심 무렵 한강에 산책을 나가 편의점 ‘GS 한강잠원 1호점’을 방문했다. 이후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일대 음식점을 이용했다.

지난 24일에는 점심 무렵 다시 글로비 성형외과를 방문했다가 오후에 고양시 일산으로 이동했다. 인근 음식점과 카페를 이용한 뒤 저녁부터 일산에 위치한 모친 자택에 체류했다. 간헐적 기침, 가래 증상이 발현한 세번째 확진자는 25일에서야 보건당국에 신고한 뒤 보건소 구급차를 통해 명지병원으로 이송, 격리됐다. 

문제는 당국이 상호를 공개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질본은 병원과 호텔, 심지어 편의점 상호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세번째 확진자가 1박2일간 체류한 일산에서의 행적은 모호하다. 단지 ‘일산 소재 음식점, 카페 등을 이용했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질본은 확진자가 발병 이후 머무른 장소라도 오랫동안 머물지 않은 장소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머문 장소, 오랫동안 머물지 않은 장소를 구분하는 기준은 알려져 있지 않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불안이 높아지며 음식점, 카페 이름을 공개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산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카페와 음식점에서는 마스크를 벗었을 텐데 너무 무섭다” “일산 음식점과 카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뭐냐” 등등 의견이 잇따랐다. 자신을 일산 주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곧 개학인데 다음주에 아이들을 학교고 학원이고 못 보내겠다”고 불안을 토로했다. 

애꿎은 피해자만 늘어나고 있다. 세번째 확진자가 고양시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찜질방을 방문했다는 게 대표적 ‘가짜뉴스’다. 확인 결과 이는 사실 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스타필드에서 의심환자가 쓰러져 이송됐다, 일산3동 일대를 이틀 동안 휘젓고 다녔다는 등 오보가 시민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면서 가짜뉴스에 법적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유언비어는 계속해서 퍼지고 있다. 이날까지도 온라인상에는 세번째 확진자가 일산내 대형마트, 백화점 등을 방문했다는 등 각종 소문들이 횡행하고 있다.

지자체는 상호를 모두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에 따르면 세번째 확진자는 호텔과 성형외과, 편의점을 포함해 약국, 음식점, 카페 등 11곳을 방문했다. 강남구는 호텔과 성형외과 외 장소는 밀착 접촉자가 적고 소형업소라는 이유로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고양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양시 보건소 관계자는 “상호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할 권한은 질본에 있다”면서 “세번째 확진자가 고양시 내에서 정확히 몇 곳을 방문했는지 등의 정보를 따로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106명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24명이 증가한 수치다. 확진자는 4428명이다. 의심 환자도 6000여명에 달하면서 사망자와 확진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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