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지인 중국 우한에서 송환한 교민들의 격리 수용지로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이 유력하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결사 반대 집회를 열었다.
아산시 초사동 인근 주민 40여명은 29일 오후 3시40분 경찰인재개발원 진입로를 농기계로 가로막고 집회를 열어 “우한 교민 격리 수용을 무조건 막겠다”고 밝혔다. 집회 신고를 내달 28일까지 냈다고 밝히며 투쟁 장기화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은 방역 마스크를 나눠 끼고 이마에는 ‘결사반대’ 띠를 둘렀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고령이었다. 집회장에는 ‘아산 시민을 버린 행정, 대한민국 정부가 버린 아산’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진입로를 막기 위해 트랙터를 끌고 나온 시민과 경찰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아산시 온양5동 이장단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등을 주축으로 한 시민들은 성명서를 통해 “우한 교민들을 송환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환영한다”면서도 “입지 선정과 관련해 주민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은 행정 편의를 위한 결정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인재개발원 인근에는 수많은 아산시 주민이 거주하는 아파트단지와 관광명소인 신정호수, 또 국내 유수 기업들의 연구센터가 위치해있다. 물류·인력 이동의 중심지”라면서 “특히 아산 지역은 온천이 유명해 수도권 전철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많다. 국내 전체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아 격리시설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당초 격리 수용시설로 검토된 지역에서 급작스럽게 아산으로 변경된 것은 힘의 논리로 밖에 볼 수 없다. 중앙정부의 독단적인 선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국가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기를 촉구하는 바”라고 밝혔다.
졸속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경귀 자유한국당 아산을 당협위원장은 “정부는 송환 교민을 격리하는 수용시설을 결정함에 있어서 지역 주민 의사를 전혀 듣지 않았다. 정부는 다른 여러 곳을 폭넓게 대안으로 검토하고 선정 이유에 대해 소상히 공개해야 한다”면서 “독단적 결정에 의해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한다면 아산 시민들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한 교민들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로 표현하는 문제 소지가 있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전남수 아산시의회 부의장은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이 왜 이곳으로 와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환자들이 완쾌되기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라던가 의료센터가 준비된 더 가까운 장소에 격리되는 것이 맞지 않겠나. 정부는 이런 심각한 문제를 일언반구 말도 없이 행동에 옮겼다. 이제 환자들이 이곳에 오게 되면 사태는 겉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집회에 참석한 초사마을 주민 이모(65·여)씨는 “이 근처에는 초등학교도 있고 아파트단지에 아이들과 젊은 세대가 많이 산다. 동네 한가운데 교민들을 격리하겠다니 그저 당황스럽다. 아산이 호구냐”고 토로했다. 이씨는 “자녀들도 서울로 올라오라면서 걱정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오는 30~31일 전세기 4대를 투입해 우한 교민 700여명을 입국시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잠복기인 14일간 격리시설에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천안에 위치한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이 검토됐지만 천안 지역 정치인들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보류됐다.
아산=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