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흡연 독려하는 면세점 담배 영업

[기자수첩] 흡연 독려하는 면세점 담배 영업

기사승인 2020-01-30 04:00:00

새해를 맞아 금연을 계획하는 분들이 많다. 정부도 다양한 금연정책을 통해 흡연자의 금연 계획을 지지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담배 광고 및 판촉행위 규제다. 

최근 정부는 담뱃값 경고 그림 및 문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 표기면적을 담뱃갑의 50%에서 75%로 확대하고, 2022년에는 광고 없는 표준담뱃갑을 도입하도록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했다. 또 담배 광고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소매점 내 담배 광고의 외부 노출을 적극 차단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지자체와 단속에 나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연말과 설 명절에 해외여행을 위해 찾은 공항은 ‘치외법권’처럼 보였다. 공항면세점에서 판매하는 담배는 많게는 25% 가까이 저렴해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구매한다. 그런데도 일부 면세점은 1보루 구매 시 5000원, 1만원 할인쿠폰까지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3보루를 구매하면 10% 추가 할인, 5보루 구매 시 15% 할인한다는 광고까지 쉽게 볼 수 있다. 국산 일반 담배 할인 특가, 전자담배 특가 할인 등에 대해 한국말과 영어, 중국어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로 입국할 때 면세로 들여올 수 있는 담배는 1보루다. 해외로 출국 시에는 담배를 사는 데 제한이 없다. 일부 면세점의 직원들은 사람들의 가는 곳에 따라 최대로 살 수 있는 담배의 수를 안내하긴 하지만 “잘 걸리지 않는다”, “일행끼리 나눠서 가져가면 된다”라는 식으로 판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정부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지난 2015년 담뱃값을 인상했다. 그 결과 2014년 연간 43억갑이 넘게 팔리던 담배가 33억3000만갑으로 감소했다. 가격으로 흡연율을 낮추는 것이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지만 유의미하게 줄었다.

하지만 정부의 금연정책은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보건소 금연클리닉 운영비로 쓰인 돈이 2016년에는 329억8000만원, 2017년은 385억4000만원, 2018년 384억1000만원이 사용됐다. 그런데도 금연 성공률은 2016년 40.1%, 2017년 38.4%, 2018년 35.0%로 계속 떨어져 금연 사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담배는 대형마트, 편의점, 구멍가게에서도 같은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물건에 세금을 제외하고 판매하는 면세점 정책상 담배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최대 40%까지 싸게 판매하는 면세점에서 추가로 할인을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금연 정책에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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