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3250만 회.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에서 해시태그(#) ‘anysongchallenge(아무 노래 챌린지)’와 함께 게재된 동영상 조회수의 총합이다.(29일 오후 6시 기준) 가수 지코가 지난 13일 발매한 ‘아무 노래’ 일부 멜로디에 맞춰 춤을 추는 ‘아무 노래’ 챌린지가 2주 넘게 유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동영상 기반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도 ‘아무 노래’ 챌린지로 뜨겁다. 해시태그 ‘anysongchallenge’와 함께 공개된 게시물은 이미 5만 건을 넘었다.
챌린지의 영향일까. ‘아무 노래’는 멜론을 비롯한 주요 온라인 음원사이트의 실시간·일간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소속사 코즈(KOZ)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아무 노래’가 발매된 직후 24시간 동안 이 곡을 들은 사람은 93만 명이었다. 이후 이용자 수는 점차 늘어 지난 17일엔 24시간 누적 이용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첫 ‘100만 돌파곡’이다.
지코는 ‘아무 노래’ 발매에 앞서 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 가수 청하와 각각 촬영한 댄스 챌린지 영상을 SNS에 공개했다. 이후 그룹 위너의 멤버 송민호, 가수 이효리 등이 자발적으로 챌린지에 참여하며 이 노래는 빠르게 퍼져 나갔다. 거꾸로 ‘아무 노래’ 챌린지의 화제성을 타고 스타들이 주목받은 사례도 생겼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2’의 배우 소주연과 김민재가 28일 ‘아무 노래’ 챌린지 동영상을 공개했다가, 다음날 오전 내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지코 쪽 관계자는 “이 정도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아무 노래 챌린지’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춤으로 댄스 챌린지를 만들어보자’는 지코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관계자는 “노래가 워낙 쉽고 유쾌해서 댄스 챌린지도 따라 하기 쉬운 동작으로 만들었다”면서 “챌린지 구간에 나오는 ‘아무렇게나 춤 춰’라는 가사처럼, 정해진 동작이 아니어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춤을 출 수 있어서 대중이 더욱 호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틱톡의 가파른 성장세도 ‘아무 노래’ 챌린지와 화학 작용을 냈다. 데이터 통계 회사 센서타워에 따르면 틱톡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7억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틱톡은 특히 18~24세 비중이 40%일 정도로 정보기술에 익숙한 Z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크게 점쳐진다는 얘기다.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아무 노래’ 챌린지는 ‘페북 픽’(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마케팅한 노래)을 뛰어넘는, 진짜 바이럴(입소문) 마케팅 성공 사례로 불리기도 한다. 정민재 대중문화평론가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광고가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를 불러오는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반면, 틱톡의 댄스 챌린지는 대중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에 페이스북 마케팅과는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페북 픽’이 ‘음원 사재기의 연막’이라는 비아냥을 피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틱톡 댄스 챌린지는 ‘인싸(인사이더) 문화’로 인정받게 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물론 모든 댄스 챌린지가 ‘아무 노래’ 챌린지처럼 유행한 것은 아니다. 앞서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과 가수 현아도 각각 신곡을 활용한 ‘피버(Fever) 챌린지’와 ‘플라워 샤워(Flower Shower) 챌린지’를 독려했지만 큰 반향을 끌어내진 못했다. 외국에서도 릴 나스 엑스가 일명 ‘이햐 챌린지’로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Road)를 띄우고 드레이크가 ‘인 마이 필링(In My Feelings) 챌린지’로 SNS를 달군 바 있지만, 시애라의 ‘겟 업(Get Up) 챌린지’처럼 안무가 어려워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사례도 있다.
정 평론가는 “댄스 챌린지는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기획력과 콘텐츠가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히 따라 하기 쉽거나 완성도가 높은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본능적으로 끌리게 만드는 캐치한 만듦새가 필요하다”는 게 정 평론가의 설명이다. 그는 “노래 자체의 매력이 분명히 있어야 하고 기획력도 중요하다”면서 “일반인이 따라 하기 어려웠던 박진영·현아·시애라의 댄스 챌린지 달리, 지코의 ‘아무 노래’는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적당한 루틴을 갖고 있다. 이 점이 챌린지 유행에 분명하게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 사진=코즈 엔터테인먼트·틱톡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