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들었다 놓은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말

아카데미 들었다 놓은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말

아카데미 들었다 놓은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말

기사승인 2020-02-11 10:47:15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소식과 함께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도 눈길을 끌었다.

‘기생충’은 지난 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최초의 수상이자 아시아 영화로 첫 작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둔 것.

이날 봉 감독은 세 번 무대에 올라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의 위트 있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시상식 이후에도 큰 화제가 됐다.

먼저 각본상 수상 소감으로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니지만,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상”이라며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하고 ‘기생충’ 배우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외국어 영화로 첫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의미를 되새겼다. 또 아내와 배우에게 공을 돌려 아내인 정선영 씨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장편영화상으로 바뀐 부문을 수상한 이후는 또 다른 이야기를 했다. 봉 감독은 “이 카테고리 이름이 바뀐 후 첫 번째 상을 받아 더 의미가 있다”며 “그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한국어로 제작된 ‘기생충’의 성과를 인정한 아카데미 측에 전하는 메시지였다. 또 “오늘 밤은 한잔할 준비가 됐다”는 말로 기쁨을 드러내 환호받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감독상 소감이었다.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과 달리 예상하지 못했는지 봉 감독은 격양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며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코세지 감독에게 경의를 표했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쿠엔틴 형님”이라고 표현하며 사랑한다고 했다.

또 봉 감독은 “허락한다면 이 상을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여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어 “내일 아침까지 술을 마시겠다”는 말을 영어로 전하며 기쁨이 더 커졌음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봉준호 감독의 솔직하고 센스있는 화법이 주목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 당시 한국 영화가 그동안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봉 감독이 “오스카(아카데미)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지 않나. 매우 ‘로컬’이니까”라고 답해 큰 화제를 모았다. 세계 각지의 영화들을 대상으로 하는 칸 영화제와 달리,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중심으로 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특징을 꼬집은 것.

또 지난달 5일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 당시에도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라고 말한 수상 소감도 명언으로 손꼽힌다. 유독 자막이 있는 영화를 멀리하는 미국 영화계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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