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카드 “우리에게 100점을 줄 순 없어요”

[쿠키인터뷰] 카드 “우리에게 100점을 줄 순 없어요”

카드 “우리에게 100점을 줄 순 없어요”

기사승인 2020-02-13 07:01: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무슨 용기에서였을까. 그룹 카드는 정식으로 데뷔하기도 전인 3년 전 북남미 지역 11개 도시를 도는 월드투어를 열었다. 당시 발매한 곡은 프리 데뷔 싱글로 낸 ‘오 나나’(Oh NaNA), ‘돈 리콜’(Don’t Recall), ‘루머’(RUMOR) 총 세 곡뿐. 카드는 커버 곡으로 세트 리스트를 꾸려 12회 공연을 마쳤다.

“정말 무모했죠.” 11일 서울 왕십리로14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카드의 멤버 전지우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아무리 먼저 제안을 받았다고 해도, 어떻게 수락할 생각할 생각을 했지?’ 싶어요. 하지만 그 투어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거니까요. 결과적으로는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흔치 않았던 뭄바톤 장르나 트로피컬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게 주효했다. 2000년대 들어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혼성그룹’이라는 점도 해외 팬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카드는 2017년 초 빌보드가 선정된 ‘주목할 만한 K팝 아티스트 5’에 이름을 올렸고, 같은 해 발표한 ‘돈 리콜’은 아이튠즈 메인차트인 ‘송차트’에 최고 25위까지 올랐다.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비주류’의 반란이었다.

하지만 마냥 ‘꽃길’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해외 공연이 많아지면서 국내 활동은 요원해졌다. 지난해 낸 ‘밤밤’(Bomb Bomb)과 ‘덤 리티’(Dumb Lity)는 데뷔곡 ‘올라올라’(Hola Hoa)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컴백을 앞두고 있던 카드는 사뭇 비장한 모습이었다. 특히 1992년생으로 연내 입대를 앞둔 제이셉은 “마음이 조급했던 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국내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카드가 완벽하게 자리를 잡아놔야 편하게 (군대로) 떠날 텐데, 그러지 못해서…. 그래서 이번 활동이 더욱 중요해요.”(제이셉)

12일 발매한 새 미니음반의 타이틀곡 ‘레드문’(Red Moon)은 “처음 들었을 때부터 우리가 잘하겠다 싶었던 노래”(전소민)다. 뭄바톤과 트랩 리듬으로 카드의 색깔을 한 번 더 각인시키고, 강렬한 콘셉트로 완성한 비주얼과 퍼포먼스는 해외 팬들이 열광하는 K팝의 미덕을 보여준다. 노래에만 집중했던 전소민은 ‘레드문’에서 랩에 도전했다. 그런가 하면 제이셉은 이번 활동을 위해 체중을 5㎏이나 감량했다고 한다. 

카드는 ‘혼성’ 그룹이지만 퍼포먼스만 보면 ‘젠더리스’에 가까운 팀이기도 하다. 멤버들이 성별 구분 없이 모두 같은 안무를 소화해서다. 전소민과 전지우는 남성 멤버들 못지않게 힘 있는 동작을 보여주고, 비엠과 제이셉은 여성 가수들이 주로 춰왔던 ‘털기 춤’을 보여준다. 카드는 안무 팀에 퍼포먼스를 의뢰할 때 ‘남녀 구분이나 라이브는 신경 쓰지 말아달라’는 단서를 붙인다고 했다. 전지우는 “이젠 정말 라이브를 고려하지 않은 안무를 짜주셔서 ‘이게 될까’ 싶은 적이 많았다”며 웃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카드는 직접 곡을 쓰는 ‘작곡돌’이다. 비엠의 공이 특히 크다. 그는 이번 음반에도 자신이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한 ‘고 베이비’(GO BABY)와 ‘인페르노’(INFERNO)를 실었다. 멤버들은 “비엠은 자신감을 복돋아주는 프로듀서”라고 입을 모았다. 비엠은 “멤버들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살리는 데 집중하는 편”이라고 했다. 2013년 유튜브를 통해 작곡을 독학하기 시작한 그는 3년 전부터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작업물을 공개해오고 있다. 

카드는 국내 활동에 목마르다. 제이셉은 “우선 ‘차트 인’이 목표”라면서 “우릴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서 마스크와 모자가 없으면 외출하지 못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소민은 이번 음반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요청에 “70점”이라고 답했다. “우리에게 100점을 줄 순 없어요. 자만하는 건 싫거든요.” 음반은 완성됐지만 카드는 미완이다. 다가오는 국내 활동과 3월 유럽 투어로 나머지 30점을 채우겠다는 각오다. 

“경험이 실력으로 됐나 봐요. 예전엔 나를 보여주는 데 급급하고 멋있어지려고 애를 썼는데, 요즘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상황을 조금 더 즐길 수 있게 됐고, 여유도 생겼죠.”(BM) 

“다만 마음가짐은 다르게 하려고요. 기회가 생기면, 그걸 물고 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요즘 많이 하고 있어요.”(제이셉)

wild37@kukinews.com / 사진=DSP미디어 제공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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