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스토브리그’ 김영채가 ‘그 질문’을 던지기까지②

[쿠키인터뷰] ‘스토브리그’ 김영채가 ‘그 질문’을 던지기까지②

‘스토브리그’ 김영채가 ‘그 질문’을 던지기까지

기사승인 2020-02-20 06:00: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용서를 받을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지금이라도 군대 가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허를 찔렀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의 5회 마지막 장면. ‘야구에 산다’를 진행하는 김영채(박소진) 아나운서는 병역을 피하려고 미국으로 귀화했다가 드림즈에 용병으로 영입된 로버트 길(한국명 길창주·이용우)에게 던진 질문이다. 로버트 길은 고개를 숙였고, 천하의 백승수(남궁민) 단장도 꼬리를 내렸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백승수는 이렇게 말했다. “예. 도망가는 겁니다.”

백승수의 기세마저 제압해버린 이 대사는 어떻게 완성됐을까. 지난 17일 서울 서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소진이 들려준 얘기는 이랬다. ‘스토브리그’ 오디션 당시에도 박소진은 ‘군대’ 질문을 준비해갔단다. 그는 아나운서로의 무게감보단 ‘정말 군대에 가는 건 어떤지 궁금하다는 투로 대사를 뱉어보자’고 마음먹었다. “감독님에겐 새롭게 느껴지셨나 봐요.” 실제 촬영 땐 대사 톤을 좀 더 무겁게 만들었다. 5회까지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 위해서였다. 이신화 작가는 박소진에게 ‘첫 등장 때부터 배우님의 고민이 느껴졌다’는 편지를 써줬다. 

“다른 기자들이 병역 기피에 관해 질문하는 걸 듣다가 ‘사실 너희, (로버트 길이) 군대 갔으면 아무 말 안 했을 거잖아’라는 생각이 든 거죠. 나를 드러내고 보여주기보단 ‘나는 지금 이런 질문이 하고 싶어’라는 느낌에 초점을 맞췄어요.”

모두가 궁금해할 이야기란 십중팔구 당사자가 피하고 싶은 질문이기 마련이다. 김영채는 기자회견 이후 드림즈 팬들에겐 ‘공공의 적’이 됐다. 드라마에 ‘과몰입’한 시청자들은 박소진의 SNS로 달려가 원성을 쏟아냈다. 박소진은 “기자회견 전까지 선한 이야기가 쌓였던 상태라, 시청자들이 (영채를) 적대적으로 느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채는 한술 더 떠 로버트 길의 인터뷰를 악의적으로 편집했다. “컷”(반드시), “컷”(백승수 인터뷰를), “컷”(따내고 말리라). 김영채의 야망이 환청으로 들리는 듯했다.

드림즈의 적군도 아군도 아닌 그저 외부인. 김영채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스토브리그’에 긴장감을 더했다. 박소진은 김영채를 “(드림즈 팬들이나 시청자에겐) 얼핏 나빠 보일 수 있지만 객관적인 위치를 지켜야 하는 인물”이라고 봤다. 많은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도 그저 ‘여신’으로 대상화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백승수에게 대등하게 맞서는 김영채는 반가운 캐릭터다. 박소진은 “아나운서로 소식을 전할 땐, 영채의 생각이 섞인 듯 안 섞인 듯 중간지점을 찾으려고 했다”면서 “영채에겐 드림즈에 대한 궁금증과 안타까움, 후반에는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도 섞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스토브리그’는 박소진의 드라마 데뷔작이다. 그룹 걸스데이 멤버로 활동하면서 밝고 발랄한 모습을 주로 보여줬던 그는 “약간의 낯섦”이 좋아 김영채를 택했다. ‘스토브리그’가 끝난 뒤엔 숨 돌릴 틈도 없이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얘기 좀 할까?’ 무대에 오른다. 드라마 촬영과 연극 연습이 겹쳐 바쁜 일정을 보냈지만, “10년 동안 다져놓은 체력” 덕분에 거뜬하단다. 그의 관심을 오로지 ‘배움’에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말고는 하고 싶은 것도, 보이는 것도 없다.

“여러 면에서 의미가 깊은 작품이에요. ‘스토브리그’ 덕분에 ‘제가 이렇게 배우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라는 걸 보여줄 수 있었고, 또 지상파에서 이렇게 높은 시청률도 기록할 수 있었잖아요. 제가 앞으로 쉽지 않은 길을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돌 출신 가수라는) 편견이 있기도 하고, 동시에 그게 반전의 무기가 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많이 응원받고 싶은 게 사실이에요. 애쓰겠습니다, 엄청 많이.”

wild37@kukinews.com / 사진=SBS ‘스토브리그’ 방송화면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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