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박소진 “마음에 다시 불이 붙었어요”①

[쿠키인터뷰] 박소진 “마음에 다시 불이 붙었어요”①

걸그룹 멤버에서 배우개 되기까지

기사승인 2020-02-20 06:00: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정상은 어디인가. 배우 박소진은 한때 “일단 오르면 절대로 내려오지 못할 경지”가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2010년 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해 음원차트와 음악방송에서 여러 번 1위를 거머쥐었지만, 그는 “더 높은 곳이 있을 것 같고, 더 완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다그치며 활동한 지 10년. 지나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생겼다. “충분히 잘해왔더라고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그때의 저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지난 17일 서울 서촌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소진이 들려준 얘기다.

박소진은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스포츠 아나운서 김영채를 연기했다. 오디션으로 따낸 드라마 데뷔작이다. 박소진은 걸스데이로 활동하던 때부터 연기에 목말라 있었다고 한다. 소속사에 ‘드라마나 영화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쉽게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그러다 2018년 연극 ‘러브스코어’에 오르면서 그는 “마음에 불이 붙었다”고 했다. “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런 나를 잃고 싶지 않았”던 박소진에게 이런 뜨거움은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소중한 것이었다.

“연극을 하기 전엔 두려웠어요. ‘지금 하는 일의 생명력이 끝날 때쯤에, 내가 사는 것을 위해 살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연극을 하면서 열정이 생겼어요. 감사한 일이죠. 그때부터 연기를 업으로 삼자고 마음을 확실하게 먹었어요.”

지난해 배우 기획사 눈 컴퍼니에 새 둥지를 튼 뒤부터 박소진은 본격적으로 오디션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낙방의 고배를 마시기도 수차례. 연기에 발을 들이면서 “거절당하는 일이 더 많을 거”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탈락은 (떨쳐내기)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눈 컴퍼니의 성현수 대표는 그런 그에게 ‘오디션은 붙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오디션이 다른 뭔가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해줬다. 박소진은 “실제로도 그랬다. 감독님 앞에서 연기하고 작품에 대해 대화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박소진은 자신이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을 만큼 생각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문장이 ‘과거형’인 건, 그가 “꼭 필요한 생각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생각을 분리”할 수 있게 돼서다. “제가 마냥 긍정적인 사람은 아닐 수 있잖아요. 반드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 선이 그어졌어요. 내가 이뤄가고자 하는 것들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었죠.” 그러면서 유연함도 생겼다. 예전엔 질색하던 평양냉면이 어느 순간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나도, 상대도, 상황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는 안다. 

‘연기 판’ 안에서 박소진은 자유롭다. 아이돌 가수에게 유독 엄격하던 ‘완벽’의 기준을 벗어던지고 박소진은 ‘다름의 멋짐’을 찾아가고 있다. 연기가 재밌는 것도 이런 다양함 때문이다. 작품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도 있고, 한 캐릭터를 다른 사람이 연기하면서 다양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리가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게 무척 좋다고 했다.

“예전엔 ‘이런 얼굴이 예쁜 거’ ‘이렇게 입는 게 멋진 사람’ 같은 쓸데없는 기준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걸 지켜야만 제가 완벽해질 수 있을 것 같았고요. 그런데 연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이고 좋은 건지 배우게 돼요. 강박이 줄었죠. 마음은 훨씬 자유로워졌고요.”

wild37@kukinews.com / 사진=눈 컴퍼니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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