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내면의 그림자를 인정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일문일답)

방탄소년단 “내면의 그림자를 인정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일문일답)

기사승인 2020-02-24 16:07:33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그림자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음반을 만들었습니다.”(슈가) 

“여기 이 멤버들과 함께 수많은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를 마주하는 행운 덕분에 저희는 항상 두 발을 땅에 딛고 설 수 있습니다.”(RM)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소울: 7’(MAP OF THE SOUL: 7. 이하 7)으로 돌아온 그룹 방탄소년단의 말이다. 전작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 음반에서 사회적 가면으로서의 방탄소년단을 노래했던 이들은 이번 음반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이것 또한 자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노래한다. 

24일 서울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탄소년단은 “숨기고 싶었던 우리의 내면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 또한 우리의 진짜 모습임을 알게 됐음을 들려드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멤버 슈가는 “목표보다는 목적, 성과보다는 성취가 중요한 시기”라면서 “우리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다 보면 좋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 19) 국내 감염자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현장 취재진 없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번 중계에는 행사 시작 직전부터 12만 명이 접속했고 행사 진행 중에는 최대 22만명 이상의 접속자가 몰렸다. ‘좋아요’ 수도 36만개에 달하는 등 방탄소년단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다음은 방탄소년단과 국내외 언론의 일문일답이다.

Q. 새 음반을 한 단어나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나. 또 이전 음반과 차이는 무엇인가.

진: ‘7’은 일곱 멤버들이 한 팀으로 모인 방탄소년단의 데뷔 7년을 돌아보는 음반이다. 이전 음반에서 세상에 관한 관심과 세상에 보이는 우리의 모습, 사랑의 즐거움을 노래했는데, 이번엔 우리가 거쳐온 길과 현재의 감정을 풀어냈다.

RM: ‘쉐도우’(SHADOW)와 ‘에고(EGO)’의 개념을 하나로 냈다.(‘맵 오브 더 소울’ 시리즈의 모체가 된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동명 저서는 ‘페르소나’ ‘쉐도우’ ‘융’을 주요 개념으로 내세운다) 우리가 지난해 장기휴가를 떠나면서 컴백이 미뤄졌다. 더 양질의, 더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쉐도우’와 ‘에고’를 합치게 됐다.

Q. 타이틀곡 ‘온’(ON) 가사의 의미가 궁금하다.

슈가: 데뷔 후 7년을 보내면서 가끔 중심을 못 잡고 방황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땐 두려운 마음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게중심을 어느 정도 잘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겪은 상처, 슬픔, 시련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싸워나가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Q. 음반 작업 과정은 어땠나.

제이홉: 연작 음반이라서 음반 안의 서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7’도 ‘맵 오브 더 소울’ 시리즈 중 하나로, ‘페르노사’ ‘쉐도우’ ‘에고’의 서사가 한 음반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트랙을 구성했다. ‘블랙스완’이나 ‘라우더 댄 밤스’(Louder than bombs)는 내면의 그림자를 노래하는 반면, ‘위 아 불렛 프루프: 디 이터널’(We Are Bulletproof: the Eternal)은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 즉 ‘에고’(자아)를 표현한다.

Q. ‘커넥스 BTS’(CONNECTS BTS)와 같은 프로젝트들은 음반과 어떻게 연결되나.

RM: 우리 7명이 세계 여러 도시에 찢어져서 동시에 공연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공공예술의 힘을 빌려, 많은 분들과 축제의 장을 피지컬하게 즐기자는 마음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대미술과 음악은 언어가 다를 뿐, 같은 가치와 시대성을 전달한다고 봤다.

지민: ‘블랙스완’의 아트필름도 빼놓을 수 없다. 아티스트의 자전적 고백을 담은 노래라서, 예술적인 감성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선하고 고마운 경험이었다.

Q. 지난달 그래미 시상식에서 공연한 소감은 어땠나.

슈가: 놀랍고 꿈만 같다.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 처음 참석했을 때가 생각났다. 이제 한 발자국씩 그래미를 향해 갈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 놀랍고 즐거웠다. 내년이 기대된다. (MC 김일중이 ‘내년에도 참석해야 한다’고 하자) 우리가 원한다고 되는 게…(아니다). 노력하겠다.

Q. 방탄소년단은 한 시대를 정의하는 아티스트다. 훗날 방탄소년단의 유산이 무엇으로 남길 바라나. 

지민: 우리의 노래와 음반으로 남길 바란다. 우리가 평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로 만들고 그걸 엮어서 음반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수십 년 전부터 활동해오시던 아티스트들의 노래가 지금도 많은 분에게 공감과 감동 위로를 주는 것처럼, 우리의 노래와 음반이 앞으로 많은 분에게 위로·공감·감동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Q. 방탄소년단의 요즘 목표는 무엇인가.

제이홉: ‘7’에는 멤버 개개인의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7년간 활동하며 겪은 수많은 감정과 팬들을 향한 마음이 담겼으니,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음반이 되길 바란다.

Q. 봉준호 감독이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은 나의 3000배 이상’이라고 말했는데, 기분이 어땠나. 또 언제 자신들의 영향력을 실감하나.

슈가: 나는 봉 감독님 팬이라 영화를 다 봤다. 너무 과찬이신 거 같아 부끄럽다. 우리가 그 정도 영향력을 가졌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갈 길이 멀다. 한국에서 멋진 아티스트들이 더 많이 배출되고 전 세계에 더욱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에 말씀해주신 거 같다. 감사하다. ‘기생충’ 재밌게 봤다.

Q.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확장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RM: 우선 이런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과분한 일이다. 음악·안무·뮤비·팬들과의 소통 등 여러 요인이 합쳐져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힘은 본질은 무엇에 대한 것이냐에 있다고 생각한다. 짧은 사견으로는 시대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아티스트들이 가장 사랑받는 거 같다. 우리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범 세계성을 띨 수 있는 건, 우리의 고민을 전 세계에 있는 같은 세대들이 함께 느끼고 공감하기 때문인 것 같다.

Q. 만약 이번 음반도 빌보드 음반 차트에서 1위를 한다면, 비영어권 가수 최초로 4연속 1위이자 빌보드 이후 2년 안에 4장의 음반으로 1위한 첫 아티스트가 된다. 신기록에 대한 압박은 없나.

진: 성과나 성적도 중요하지만 우리 음악으로 많은 분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만큼 더 좋은 결과가 있을까 싶다.

슈가: 압박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목표보단 목적이 더 중요하고, 성과보다는 성취가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즐기며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나아가다 보면 더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Q. 음반 발매 전 여러 인터뷰와 행사에서 새 음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왔는데, 어떤 면에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나.

지민: 나는 우리의 노래가 너무 좋다. 부르면서 행복할 정도다. 자신감이라기보단 너무 좋아하는 노래라 빨리 들려드리고 싶다는 설렘이었다. 

Q. 연작 시리즈는 처음부터 모든 서사를 완결시킨 건가.

RM: 시리즈 개요를 짤 때부터 ‘페르소나’ ‘쉐도우’ ‘에고’라는 얼개는 잡혀 있었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은 방시혁 PD님을 비롯한 회사 식구들과 지속해 논의한다. 음반의 방향성, 비주얼, 퍼포먼스 등은 물론 멤버 각자가 무엇에 꽂혔고 기분이 어떤지, 어떤 부담과 행복이 있는지 계속 이야기하며 서사를 완성한다.

Q. 방탄소년단으로서 가장 빛난 순간과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정국: 나는 연습생이 되기도 전, 방탄소년단이란 팀을 인터넷에서 보고 선망해왔다. 그때부터 빛이 났다.

슈가: 빛나는 순간은 언제나 ‘지금’이다. 어제도 아니고 1년 전도 아닌 지금. 계단식으로 성장해나가서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현재가 무척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건 시차적응이다.(웃음)

뷔: 전 세계에서 투어하며 공연할 때, 그 넓은 공연장에서 우리가 주인공처럼 느껴질 때가 가장 행복하고 황홀했다. 또 지금 이겨내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공연이 끝나고 차에 타면 공허함이 컸다. 그게 힘들었다.

Q, 그림자를 나의 일부로 인정하고 난 뒤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슈가: 그림자와 싸워서 이겨내는 문제가 아니라, 그림자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그림자는 나와 뗄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큰 용기고, 그래야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곡을 썼다. 

Q. 방탄소년단의 7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또 앞으로의 7년은 어떻길 바라나.

제이홉: 이제 방탄소년단만의 스타일이 생긴 것 같다.

지민: 방탄소년단 일곱 명을 빼고선 인생을 말할 수 없다. 그만큼 소중하다. 앞으로의 7년도 기대하고 있다. 

RM: ‘블랙스완’이나 ‘라우더 댄 밤스’ 같은 곡은 울면서 썼다. 예전 생각도 났다. 사실 나의 약한 모습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이 여전히 두렵고 (나 자신과) 싸우는 것 같다. 뭣 모를 때도 있었고 실수한 적도 있었지만, 시간을 돌려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들과 이런 음악과 춤을 할 수 있다는 것만 한 행운이 또 있을까? 그리고 수많은 아미를 마주하는 행운 덕분에 두 발을 땅에 붙일 수 있다. 우리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지만, 이렇게 큰 행운이 온 것에 감사하며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음반을 만들었다. 앞으로의 7년도 멤버들과 건강하고, 오래오래, 하루하루를 잘 느껴가며 행복하게 활동하고 싶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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