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최근 들어 정유사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개선됐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상반기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3.0달러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0달러 안팎을 오갔으나 이달 들어 크게 개선된 상태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인 휘발유·경유·나프타 등의 가격에서 원유의 가격과 운임·정제 비용 등 원료비를 제외한 값이다. 이 지표가 높아질수록 정유사의 수익도 높아진다. 보편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이다. 최근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에 가깝게 도달한 것이다.
문제는 정제마진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석유제품의 수요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먼저 코로나로 인해 한국인과 중국인의 입국을 통제하는 국가가 늘면서 글로벌 항공길이 끊겨 항공유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항공업계의 경우 국적 항공사 8곳 한중 노선이 기존 59개 주 546회 운항에서 지난달 23일 중국 우한 봉쇄 후인 2월초에 주 380회로 운항 편수가 30% 줄었다. 2월 둘째주에는 주 162회로 70% 감소했다. 이 때문에 항공유 가격은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항공유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가 아시아권 전체 석유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교통량 감소가 이어져 휘발유와 경유 수요 위축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제마진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항공유를 시작으로 석유제품의 세계적 수요부진이 우려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역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국제석유수요 감소를 전망했다. IEA는 이달 13일 석유시장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석유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만5000배럴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10여년 전 세계 경제위기에 수요가 떨어진 이후 첫 분기 수요 감소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2개월간 세계 항공유 수요가 하루 평균 5~15만 배럴 감소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사스(SARS)가 창궐했던 2003년에도 국내 정유사의 항공유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34% 감소한 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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