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미국 롤링스톤은 그룹 방탄소년단의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소울: 7’(MAP OF THE SOUL: 7) 리뷰 기사에서 ‘방탄소년단이 가장 잘하는 것’을 이렇게 정의했다. 성찰을 통한 성장, 타인과 연대는 방탄소년단이 데뷔 초부터 견지해온 태도다. 이들의 음악에서 자신 삶의 편린을 발견한 팬들은 온라인으로 달려갔다. 트위터에 따르면 지난 21일 ‘맵 오브 더 소울: 7’이 발매된 뒤 48시간 동안 방탄소년단과 관련한 트윗이 1700만건 쏟아졌다. 음반 발매 직후 한 시간 동안 나온 트윗은 120만 건에 달한다.
‘맵 오브 더 소울’ 시리즈는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동명 저서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지난해 나온 ‘페르소나’(PERSONA)에 이어 이번 음반에서는 ‘영혼의 지도’ 주요 개념인 ‘쉐도우’(Shadow·그림자)와 ‘에고’(Ego·자아)를 아울렀다. ‘내면의 그림자, 외면하고 싶은 나를 모두 받아들이고 진정한 나를 찾은 이야기’가 음반의 큰 줄기다. 음반은 발매 당일에만 265만장 넘게 팔렸고,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도 1위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한국 가수로는 처음 이루는 쾌거다.
△ ‘BTS 장르’로의 도약
지난 음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로 “보편적인 팝의 문법 위에 방탄소년단만의 정체성을 결합”(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방탄소년단은 신보 타이틀곡 ‘온’(ON)에 그들의 태생적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힙합 리듬을 가져왔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초창기부터 보여줬던 힙합 중심의 강렬한 사운드”라면서 “곡이 끝날 때쯤에 비트에 변화를 주면서 쉬어갔다가 다시 터뜨리는 극적인 전개도 흥미롭다”고 평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선율 면에서 ‘작은 것들을 위한 시’보다는 대중이 느끼기에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전반적인 만듦새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들어맞으면서도 팀의 정체성이 잘 융화됐다”고 봤다.
음반 수록곡은 총 20곡(신곡 15곡·기존곡 5곡)으로 역대 가장 많은 노래가 담긴 만큼, 다양한 음악적 시도도 눈에 띈다. 동갑내기 지민·뷔의 ‘친구’, 보컬 라인 진·지민·정국·뷔의 ‘00:00’, 래퍼 슈가·RM·제이호의 ‘욱’ 등 다양한 조합의 유닛곡과 멤버 전원의 솔로곡이 음반에 실렸다. 이모 힙합, 브리티쉬 록, 일렉트로닉 디스코,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엮어내 “방탄소년단의 커리어 가운데 장르적으로 가장 색다른 음악을 보여주는 음반”(LA타임스)이라고 평가받는다.
△ “방탄소년단의 성장 원동력은 그들의 음악”
무엇보다 국내외 언론이 주목한 건 음반의 메시지다. ‘온’에서 방탄소년단은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해”라면서 고통마저 껴안으며 전진하겠다고 선언한다. 슈가의 솔로곡 ‘쉐도우’나 제이홉의 ‘에고’에선 내면의 어둠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느끼는 “걱정과 의지가 중첩된 복잡한 멘탈리티”(서정민갑 평론가)가 드러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방탄소년단의 실제 삶과 밀착한 노랫말이지만, 이것으로 성별·연령·인종·문화권을 초월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다. 선공개곡 ‘블랙스완’(Black Swan)에서 털어놓은 예술가의 고뇌는 슬로베니아 현대무용팀 엠엔 댄스 컴퍼니의 춤으로 재해석되고, 소통과 연결을 향한 방탄소년단의 열망이 현대미술 프로젝트 ‘커넥트 BTS’(CONNECTS BTS)로 확장되기도 한다.
또한 자신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국의 비틀즈’로 불리며 음반마다 더욱 높은 주목을 받는 와중에도, 방탄소년단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차분히 미래를 준비한다. 새 음반에 과거 발표곡의 후속작을 넣거나(‘위 아 불렛 프루프: 디 이터널’), 지난 곡에 사용된 사운드를 재가공해 삽입하는 등(‘아웃트로: 에고’) 자신들의 지난 시간을 지속해서 환기하고 긍정하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리부트’를 이뤄낸다. ‘맵 오브 더 소울: 7’이 한 장의 완결된 음반을 넘어 이들의 서사 안에서 해석돼야 하는 이유다.
흔히 방탄소년단에게 남은 고지로 미국 그래미 어워즈 수상을 꼽는다. 하지만 이런 기록을 방탄소년단이 세계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지표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세계가 방탄소년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다. 정민재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이 해오던 음악으로 영미 시장에 침투했고, 나아가 애드 시런, 할시, 트로이 시반 등 해외 뮤지션들과 작업해 국제적인 감각을 받아들이면서도 팀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며 “순위나 스타디움 투어 같은 성과도 중요하지만, 방탄소년단이 앞으로도 전진할 수 있는 힘은 이들의 음악적 정체성에 있다”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