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쿠키뉴스] 홍석원 기자 =목원대(총장 권혁대)는 2일 오전 11시 교내 도익서홀에서 천안 하늘중앙교회(감독 유영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 근대 여성교육의 개척자’이자 ‘충남 믿음의 어머니’로 불리는 사애리시(史愛理施·본명 앨리스 샤프·1871~1972) 선교사 유품 기증식을 가졌다.
사애리시 선교사는 공주시가 지난달 선정한 '3월의 역사인물'이기도 하다.
천안 하늘중앙교회는 지난해 사애리시 선교사 언니의 증손자인 데이비드·스티븐 솔로즈 형제를 만나 유품을 기증받았고 교육적인 가치를 위해 책 11권과 목걸이를 원본과 똑같이 복제해 목원대 부속기관인 감리교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특히 사애리시 선교사가 마지막까지 걸고 있었다는 목걸이는 선교 사역을 마치고 귀국하는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장수를 기원하는 선물로 십자가와 ‘수(壽)’자로 구성돼 있으며 십자가엔 ‘사랑’, ‘보령교회 리신덕’이란 글자가 각각 가로세로로 새겨져 있다.
'사(史) 부인'이란 별칭이 익숙한 사애리시 선교사는 캐나다 출신으로 뉴욕 브루클린 선교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1900년 감리교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됐다. 1903년 동료 선교사 로버트 아서 샤프와 결혼한 그는 1904년부터 공주를 근거지로 충남 지역 선교를 책임졌다. 1906년 남편이 논산 선교 중 발진티푸스로 사망했지만 1908년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1939년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당해 은퇴할 때까지 대전·논산·강경·부여·보령·천안·안면도 등 충남 전역을 순회하며 선교에 헌신했다.
공주 영명중·고등학교의 전신인 명설학교(명선여학교)를 비롯해 여학교 9곳, 유치원 7곳 등 20여 개 교육기관을 설립했고, 한국 최초의 여성 목사 전밀라, 최초 여성 경찰서장 노마리아, 중앙대학교를 설립한 임영신 등 한국의 여성 지도자 배출에 큰 공헌을 했다.
유관순 열사와의 특별한 인연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1910년을 전후해 천안 매봉교회(당시 지령리교회)에서 8세 남짓한 유 열사를 처음 만난 사 부인은 어린 유 열사의 두터운 신앙심과 주일학교에서 드러난 리더십에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유 열사를 수양딸 삼은 뒤 1914년 공주로 데려와 같이 살다가 1916년 자신이 교사로 일했던 서울 이화학당에 교비생으로 편입시켰다.
은퇴 후 미국으로 돌아간 사 부인은 말년을 로스앤젤레스 선교사 양로원에서 지내다 1972년 101세로 영면했다. 그의 100세 생일에는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훗날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축하 서한을 보냈다. 그는 “한국에서의 39년은 무척 만족스럽고 즐거운 일이었다”며 "내가 세운 학교에서 어린이들이 교육받고 주일학교와 교회에서 훈련받아 전도사, 교사, 전도부인, 의사, 간호사로서 그리스도를 위한 일꾼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라고 회고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공주 영명고에는 한미 양국의 개신교인들이 만든 ‘앨리스 샤프 선교사 기념사업회’가 성금 3억 5000만 원을 모금해 제작한 ‘유관순 열사와 사애리시 선교사 부부 동상’과 ‘사애리시 비석’이 설치됐다.
하늘중앙교회도 교회의 역사가 사 부인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만큼 지난해 완공된 교육관에 앨리스 샤프 기념홀을 개관하고 임연철 박사의 저서 ‘이야기 사애리시’(신앙과지성사) 출판기념회와 사진 전시회를 여는 등 기념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곳에서 목원대에 기증한 사애리시 선교사의 유품 원본을 관람할 수 있다.
목원대 역시 사애리시 선교사의 업적을 기리고 그의 삶과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교내 감리교역사박물관에 기증받은 유품(복제품)을 상설 전시할 계획이다.
유영완 감독은 “머나먼 타국에서 여성과 어린이 등 소외된 이웃을 섬긴 사 부인의 숭고한 뜻을 대학에서 이어받아 교육과 봉사에 더욱 헌신해 주시길 바란다”며 “역사적, 교육적 가치가 높은 만큼 전승에 힘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권혁대 총장은 ”우리 대학도 선교사인 도익서 박사께서 설립한 학교로 진리·사랑·봉사의 교훈을 바탕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며 ”선교사님들이 이 땅에 뿌린 씨앗들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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