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쿠키뉴스] 송미경 기자 = "작아서 미안해요."
지난 4일 전북 남원시 주생면사무소에는 마스크와 커다란 썬글라스, 그리고 이마까지 가릴 정도의 모자를 쓴 한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들고 온 물건 때문에 문을 열기가 힘들었는지 "문 좀 열어주세요"라고 하더니 "코로나19 극복에 써 달라"며 현금 50만원과 방호복 25벌을 내려 놓았다.
주생면사무소 직원들이 "선생님, 잠시만요"라며 신원을 물어봤지만, 그는 "기탁한 것이 너무 적어 미안하다"며 황급히 사라졌다.
50대로 보여진 그는 부리나케 타고 온 차를 다시 타고 돌아갔다.
현금과 방호복 등이 채 100만 원이 안돼 보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국이 진통을 겪고 있고 자칫 삭막해 질 수 있는 시기에 나타난 그가 지역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순자 주생면장은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를 비롯한 국민이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어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기탁받은 금품은 필요한 곳에 전달해 어려운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얼굴없는 기부천사의 이날 기부금은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해 대구·경북 등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지원할 예정이다. 방호복은 남원시 보건소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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