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눈여겨 봐야 할 ‘요즘 애들’의 걸크러쉬

당신이 눈여겨 봐야 할 ‘요즘 애들’의 걸크러쉬

당신이 눈여겨 봐야 할 ‘요즘 애들’의 걸크러쉬

기사승인 2020-03-07 09:00:00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아직 2020년이 절반의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이돌 시장에서 ‘걸크러쉬’는 ‘올해의 장르’로 꼽혀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지난해 데뷔한 그룹 로켓펀치와 체리블렛은 올해 내놓은 새 음반에서 힘 있고 강렬한 모습을 강조하며 변신을 도모했고, 일찍부터 ‘걸크러쉬’ 노선에 올라탄 그룹 에버글로우와 있지(ITZY)는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때는 ‘센 언니’의 다른 말로 ‘퉁’쳐지곤 했던 ‘걸크러쉬’가 신인 걸그룹들에 의해 어떻게 정착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있지

JYP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으로 일찍부터 큰 관심을 받았던 있지의 지난 1년은 ‘남들에게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데뷔곡 ‘달라달라’는 타인의 평가를 거부하며 자신의 다름을 공표하는 노래고, ‘아이씨’(ICY)는 타인의 구속에 맞서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을 들려준다. ‘달라달라’에서 “언니들이 말해 철들려면 멀었대” “예쁘기만 하고 매력은 없는 애들과 난 달라” 같은 가사로 여성들간 라이벌쉽을 전제하기도 했지만, 이어진 ‘아이씨’에선 남들과 겨루지 않고도 자신의 다름을 강조한다. ‘남들과 다른 나’를 선언하되, 그 ‘다름’을 증명하려 애쓰지는 않는다. 무모하리만큼 자신만만한 있지의 태도는 직관적인 흥겨움과 통쾌함을 안겨주며 빠르게 마음을 빼앗는다. 역동적인 에너지로 밀어붙이는 뻔뻔할 정도의 자기긍정. 새로운 세대의 ‘워너비’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달의 소녀

그룹 이달의 소녀가 2월 발매한 노래 ‘소 왓?’(So What?)은 웅장한 베이스가 돋보이는 음악과 크고 격한 동작으로 이뤄진 안무,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한 표정 연기 등 통념적인 걸크러쉬의 총체처럼 보인다. 콘셉트 측면에서 ‘소 왓?’은 달콤하고 신비롭던 전작 ‘버터플라이’(Butterfly)와 정반대에 선듯한 노래로, 이달의 소녀 역시 이곡을 “도전”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시청각적 강렬함이 걸크러쉬를 불러 일으킨다는 감상은 납작한 해석일 뿐이다. 소녀들에게 강력한 해방의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소 왓?’과 ‘버터플라이’는 이달의 소녀 세계관을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이라고 보는 편이 더욱 타당하다. 이달의 소녀는 두 곡의 뮤직비디오에 각기 다른 인종과 외모를 가진 소녀들을 불러내, 자유를 향한 그들의 열망을 응원한다. 전 세계 소녀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의지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여자)아이들

그룹 (여자)아이들의 리더이자 가장 성공한 아이돌 프로듀서 중 한 명인 전소연은, 알고 보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여러 번 놓였다. Mnet ‘프로듀스101’에선 자신이 아이돌에 어울리는 래퍼인지 고민했고, 반대로 Mnet ‘언프리티랩스타3’에선 아이돌이란 이유로 비아냥을 들었다. 심지어 데뷔 후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아가던 와중에도 그는 다른 이와의 경쟁을 통해 자신을 증명할 것을 요구받았는데(Mnet ‘퀸덤’), 이때 발표한 노래가 바로 ‘라이언’(Lion)이다. 사자와 왕의 대범한 비유를 통해 전소연과 (여자)아이들의 여정을 보여주는 노래. 뿐만 아니라 ‘라이언’은 “숨 쉬듯 대상화되는 여성 아이돌을, 이 땅의 젊은 여성들을 사자왕을 위해 준비된 왕좌로 기꺼이 끌어 올린다”(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여성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불어넣는 이런 임파워먼트야말로, ‘걸크러쉬’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는지도 모른다.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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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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