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ANYWAY WE ARE HERE!” 유튜트 화면 속 가수 백예린의 머리 위로 ‘그래도 우린 여기에 있다’는 자막이 수놓아졌다. 지난 7일 오후 8시(한국시간). 예정대로라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헤드 인 더 클라우즈’(Head in the clouds) 페스티벌에 출연했어야 했던 백예린은 무대가 아닌 카메라 앞에 섰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진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늘자 페스티벌이 잠정 연기된 탓이었다. 백예린 측은 “공연이 잠정 연기돼도, 우리는 여기서 노래한다”며 페스티벌을 위해 준비한 무대들을 유튜브 생중계로 보여줬다. 방송이 시작한 지 30여분 만에 전 세계에서 7000여명의 팬이 접속했다.
온라인으로만 즐기는 ‘랜선 공연’이었지만 내용물은 알찼다. 백예린은 이날 ‘바이 바이 마이 블루’(Bye Bye My Blue),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등 9곡을 새로운 구성으로 편곡해 들려줬다. 밴드 ‘더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 멤버들이 연주를 맡았고, 현장 관계자들의 작은 환호성이 흥을 돋웠다. 백예린 소속사 블루바이닐 측은 “자카르타 ‘헤드 인 더 클라우즈’ 페스티벌은 백예린이 처음으로 해외 팬들을 만나는 자리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며 “이에 전 세계 팬들 누구나 유튜브로 관람할 수 있게 생중계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형 콘서트들이 줄줄이 연기·취소되면서, 가요계엔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는 이른바 ‘랜선 공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수 선우정아는 지난달 말 유튜브를 통해 ‘재즈 박스’ 콘서트를 생중계했다. 선우정아는 노래뿐 아니라 악기 연주자들과 토크, 즉흥 연주를 통해 시청자가 진짜 재즈클럽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연을 꾸렸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댓글엔 “방금 프랑스 재즈바에서 건너편 여자분이랑 눈 마주쳤다. 난 잠옷 차림인데…” “나는 분명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영상을 보고 나니 와인으로 변해 있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의 누리꾼이 함께 공연을 시청하며 소통했다. 추가 공연을 공개해달라는 요청도 빗발쳐 소속사 측은 두 번째 생중계 공연을 준비 중이다.
아이돌 그룹 가운데는 위너가 가장 먼저 ‘랜선 공연’을 시도했다. 지난달 14일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해 아시아 투어를 마무리하는 공연을 보여줬다. 일종의 ‘앙코르 콘서트’였던 셈이다. 위너는 아시아 투어에서 선곡했던 곡들 가운데 팬들이 다시 듣고 싶은 노래를 신청받아 무대를 준비했다. 뿐만 아니라 콘서트 현장에서 상영했던 VCR 영상을 공개하는 등 구성에도 공을 들였다. 2시간여의 ‘랜선 공연’엔 무려 96만4656명이 몰려들었다. 위너는 “미리 한 곡을 발표하고 음반을 낼 예정이다. 신곡으로 다시 찾아뵙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컴백을 예고하기도 했다.
컴백하는 가수들은 ‘온라인 쇼케이스’로 팬들과 만난다. 지난 6일 정규 2집을 발표한 그룹 NCT 127은 음반 발매 하루 전날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해 음반 제작 뒷얘기 등을 들려주는 스페셜 방송을 진행했다. 그룹 있지는 9일 오후 6시 새 미니음반 ‘잇지 미’(IT’z ME)를 낸 뒤 같은 날 오후 8시부터 컴백 쇼케이스를 생중계한다. 네이버 브이라이브에서 공개되는 이번 쇼케이스는 새 음반 타이틀곡 ‘워너비’(WANNABE)와 수록곡 ‘24아워스’(24HRS) 무대를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코로나19로 있지의 컴백을 홍보하는 언론 행사를 열지 못하게 되자, 이날 직접 진행한 있지와의 일문일답 인터뷰를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하기도 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유튜브, 네이버 브이라이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