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경칩(驚蟄)을 앞두고 서울에서 2시간 거리의 충남 당진시 송악읍 소재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찾았다. 이곳은 1953년 국내 최초 철강사로 출범한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다. 최근에는 스마트팩토리를 넘어선 스마트엔터프라이즈(제조‧생산‧판매‧고객만족도를 최적화하는 플랫폼)를 통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사업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 도움으로 연간 550만톤의 열연 강판을 생산하는 2열연공장(이하 2열연) 제조과정인 열간압연 공정과 도입 중인 스마트엔터프라이즈 기술을 둘러봤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가열로에서 나오고 있는 시뻘건 슬라브(평평한 철강 반제품)다. 슬라브는 불순물을 제거하고 온도와 성분을 맞추는 제강 공정과 액체 상태의 철을 고체로 만드는 연주공정을 거쳐 가열로에서 나오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반제품의 평균 온도만 1300℃, 최대 길이 12미터에 25톤에 달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과거에는 제강 공정 온도 제어에 있어 작업자의 숙련도에 의지했지만, 최근에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온도제어 공정의 정확도를 95%까지 끌어올렸다”며 “이를 통해 조업 편차를 감소시키고 품질 수준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되는 슬라브의 열간압연(압연공정) 과정 역시 눈길을 끌었다. 압연공정은 대장장이가 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망치질을 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압연공정은 조압연(Roughing Mill)과 사상압연(Finishing Mill)으로 나뉜다. 조압연에서는 2개의 조압연기가 슬라브의 두께와 폭을 고르게 제어한다.
이어지는 사상압연에서도 7개의 압연기가 조압연을 통해 만들어진 강판을 조정했다. 현장 관계자는 압연 공정에 적용될 스마트 기술에 대해 “사상 압연 과정에서 강판의 폭과 두께와 같은 크기 규격이 다양화, 세분화되고 있다”며 “이 공정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기존 규격 적중률을 98%까지 높일 예정이다. 도입 시 연간 11억2000만원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압연 과정을 거친 슬라브는 냉각 공정으로 약 700℃에서 550℃까지 온도가 내려간다. 이후 마무리 공정인 권취 공정을 통해 두루마리 휴지 모양의 열연 코일로 탄생한다. 제작된 코일은 평균 25톤 내외의 무게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철 구조물, 강관 등에 두루 사용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이유다.
당진제철소는 스마트엔터프라이즈 도약을 위한 인재양성 기지 역할도 수행 중이다. 지난해 관련 전담조직이 신설됐고, 당진의 스마트팩토리 기초 교육과정인 ‘스마트 팩토리 아카데미’를 올해 1월부터 인천과 포항으로 확대했다. 당진제철소 1기 수료생 47명 중 일부는 전문 업체와의 맞춤 교육으로 공정 개선을 위한 3건의 시범과제도 완료했다.
회사는 당진에서 시작된 기초교육을 마친 수료생들을 대상으로 하반기부터 전문가 수준의 고급 인력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하반기 전문가 과정에 참여하는 수료생들은 외부 교육기관 교수진과 1인 1 협업 과제를 진행하는 숙련도 높은 교육을 받게 된다.
전 세계에 즐비한 100년 된 일관제철소들을 넘어서기 위해 스마트엔터프라이즈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진제철소 현장을 지키는 이들의 땀과 책임감 그리고 도전정신이 묻어났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스마트엔터프라이즈의 핵심은 고객 가치 극대화다. 전사적인 데이터 융합을 통해 고객 중심으로 모든 과정을 운영할 것”이라며 “이러한 시스템과 문화를 정착시키고 최적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해 스마트 엔터프라이즈를 완성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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