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이탈리아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며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해 규모가 가장 큰 북부지역은 의료진은 물론 의료장비, 병실 부족 등의 삼중고로 신규 환자를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연합뉴스는 1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거점인 북부 롬바르디아주가 최악의 의료 마비 사태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내 병원의 중환자 병상은 800여개에 불과한데 긴급 치료를 요하는 중증 환자는 1000여명이 넘고, 중증 환자 증가 추이가 좀처럼 꺾이지 않아 날이 갈수록 압박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 일주일새 사망자가 400명에 달한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도 사실상 중환자 병실이 바닥난 상태다. 아틸리오 폰타나 롬바르디아주 주지사는 “이 상태로 가면 조만간 신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증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인공호흡기 등의 필수 장비 부족은 북부 전역에서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누적 확진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롬바르디아와 에밀리아-로마냐주는 축구장에 천막을 설치해 임시 병실로 쓰는 긴급 대책을 내놨다. 

밀라노 컨벤션센터도 400여개 병상을 갖춘 의료시설로 활용되고, 북서부 항구도시 제노바에선 항구에 정박한 페리선을 임시 병원으로 사용키로 하고 현재 개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의료진 부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말 졸업 예정인 의과대학생을 현장에 긴급 투입하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이들은 일선 진료소에 배치되거나 자가 격리 중인 고령자 치료를 돕는 역할을 할 예정이며, 의사 자격 취득을 위해 필요한 졸업 전 마지막 시험도 면제받는다. 가에타노 만프레디 대학교육부 장관은 “이번 조처로 1만명의 의사가 즉각 현장에 충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한 의료재단 조사에 의하면 17일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 또는 간호사 수는 2629명에 달한다. 이는 전국 누적 확진자 수(3만1506명)의 8.3%에 해당하는 규모로 의료 현장에서 배제돼 의료진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폰타나 주지사는 여기에 더해 은퇴한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다시 일터로 돌아와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동료들을 도와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교도소 수용자들은 의료용 마스크 제조에 동원되고 있는데 법무부는 수용자들이 하루에 1만개의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의료용 마스크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데 과거 주요 수입처였던 러시아·루마니아·프랑스 등이 최근 수출에 자물쇠를 걸어 잠그면서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18일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전국 누적 확진자 수는 3만5713명, 누적 사망자 수는 2978명에 이른다. 하루 사이에 추가된 확진자는 4207명, 사망자는 47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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