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80 감염원 차단 못한다더니… 급하니 아무거나 써라?

KF80 감염원 차단 못한다더니… 급하니 아무거나 써라?

기업 지원책도 산발적 발표… “문의 전화, 담당자 찾아 8차례 넘어가더라”

기사승인 2020-03-21 03:00: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마스크 정책에 일관성과 통일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스크 생산업체들이 KF94규격을 KF80으로 전환해 생산하라는 정부 요청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적 마스크 수급 현황 브리핑을 통해 연일 ‘마스크 생산업체들을 대상으로 규격 전환을 독려하고 있으며, 전환에 드는 시설과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는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다. KF인증 마스크에는 ‘멜트블로운’라는 부직포 필터(MB필터)가 들어간다. 마스크 수요 급증으로 생산 현장에서는 MB필터가 부족해졌다. 그러자 정부는 MB필터가 KF94보다 약 20~30% 덜 들어가는 KF80의 생산을 늘려, 부족한 MB필터로 더 많은 마스크를 생산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낸 것이다.

그런데 식약처는 그동안 KF80 마스크의 질병 감염원 차단 효과를 인정하지 않았었다. 감염원을 차단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인정받은 규격은 KF94와 KF99로 한정됐다. 심지어 식약처는 ‘감기 예방’이나 ‘전염성 호흡기 질환 차단’ 등의 홍보 문구와 함께 판매된 KF80 마스크를 허위·과대광고로 적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생산업체들은 정부 대책이 일관성뿐 아니라 통일성도 ‘제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관련해 식약처를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국세청 등은 제각각 생산업체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는 탓이다. 한 마스크 제조사 관계자는 “마스크 포장재 관련 지원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산자부에 문의했지만, 자사 설비에 적용할 수 없어 불발됐다”며 “규격 전환에 대한 혜택의 구체 사항이 궁금해 중기부에 연락했는데, 담당자에게 닿기까지 전화가 8차례 넘겨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렵게 연결된 담당자에게서 ‘구체적 사항은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오락가락하긴 마찬가지였다. 복지부는 당초 일상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이후 마스크 품귀현상이 심화하자 비말을 막아주는 면 마스크만으로도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을 바꿨다.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20일 “업계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업계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며 “정부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되고, 조금 더 유의해서 정책을 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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