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돈(L’Argent, 1983)’과 위조지폐

[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돈(L’Argent, 1983)’과 위조지폐

기사승인 2020-04-01 10:12:14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세상을 지배하는 신적인 존재 가운데 하나다. 목숨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돈(재물)이기 때문에 돈은 우리 삶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글에서는 우리 사회․경제의 신용질서의 근간을 해치는 요인이 되는 위조지폐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과정을 극렬하게 보여준 영화 ‘돈(L’Argent, 1983)’을 통하여 위조지폐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돈’이라는 영화제목과 걸맞게 현금지급기에서 나오는 돈들을 주머니에 넣는 사람의 모습이 수없이 반복되며 영화는 시작된다. 이본(크리스티앙 파테이)이 석유 배달로 받은 돈이 위조지폐로 판명되고 위조지폐범으로 몰리자, 재판을 통하여 훈방 조치되지만, 이 일로 직장에서 해고된다. 살길이 막막한 주인공은 부인과 어린 딸을 부양하기 위해 은행털이에 가담하지만 실패하고, 3년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 어린 딸은 병으로 죽고, 부인 엘리제(캐롤린 랑)에게 보낸 편지들이 반송되어온다. 절망에 빠진 이본은 자살을 기도하지만 실패한다. 형을 마치고 출소한 후 돌아갈 집과 가족도 직장도 없어진 이본은 곧바로 어느 여관에 들어가 살인을 한다. 그리고 어느 미망인의 집에 들어가 일가족을 살해한다. 그는 돈 때문에 여관주인부부와 미망인 일가족을 죽였다고 자수를 한다”

이 영화는 톨스토이의 단편 ‘위조지폐’를 모티브로 하여 각색한 로베르 브레송의 마지막 작품으로, 이 영화에서는 ‘돈’이라는 악의 권력에 매몰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불행은 위조지폐로부터 발생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주인공의 손에 들어온 위조지폐가, 그에게서 직업과 명예, 나아가 아이와 부인까지 빼앗아 버린다. 결국, 자신은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통화(通貨, currency)란, 일상생활의 모든 거래에서 지급수단․유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가지는 은행권과 정부발행의 지폐․주화를 말한다. 위조(僞造)란 어떤 물건을 속일 목적으로 꾸며 진짜처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변조(變造)는 정당한 권한 없이 가공하여 그 가치를 변경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조화폐(僞造貨幣)란, 화폐발행권한이 없는 자(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이 유일한 화폐발행권한 보유)가 일반인이 진짜 화폐라고 오인할 수 있을 정도의 가짜 화폐를 제조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변조화폐(變造貨幣)란, 지폐 등에 그 동일성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변경을 하는 것, 즉 소액화폐를 고액화폐로 변조하는 경우와 같이 진권(眞券)의 가치를 변경시키는 것을 말한다.

해방 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위조지폐 발행사건 하나만 살펴보면, 조선정판사위폐사건(朝鮮精版社僞幣事件)을 들 수 있다. 1945년 10월 20일부터 6회에 걸쳐 조선정판사 사장 박낙종(朴洛鍾) 등 조선공산당원 7명이 일제가 사용하다가 남겨둔 지폐원판을 이용해 거액의 위조지폐를 발행한 사건이다.

인간의 경제생활의 매개체가 되어온 가장 믿음직한 신용의 근간이 되어온 것이 바로 화폐이다. 영화에서는 돈의 노예가 된 극단적인 물신주의를 비판하고 있으며, 사람의 삶을 파괴하게 만드는 주범은 돈(특히, 위조지폐)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위조지폐가 화폐경제질서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변함없는 사실이다.
“탐욕과 행복은 한 번도 얼굴을 마주친 적이 없다”는 말은 우리의 명심해야 할 금언이다.

정동운(전 한국과기대학교 교수)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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