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수익 기자] 한 원로 역사학자가 특이한 대학교재를 출간해 학계는 물론 대학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안양대학교 안용환(76) 석좌교수가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저서 ‘한국 근현대사 대학강의’(디자인그루)를 최근 출간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안 교수의 이번 저서는 무엇보다도 ‘시대정신, 역사정신, 교육정신을 담다’라는 부제에서 예감되듯이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문제의식까지 전해주는 방법으로 기술됐다.
이는 책 표지에 ‘간도협약은 무효! 간도 땅을 되찾자!’라는 구호성 문구와 고구려 시조 동명왕(주몽)의 사진을 담은 점에서도 잘 느껴진다. 한국 근대사의 쟁점으로 부각돼 있는 간도협약과 간도 땅의 문제를 제기해 학생들에게 간도에 대한 역사적 소명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와 함께 이번 저서에서는 눈여겨봐야 할 색다른 내용이 곳곳에 들어 있다. 특히 현대사에서 남침이 아닌 북침설, 함정설 등이 가끔 들먹이는 상황에서 한국전쟁의 원인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또 근대사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 일제강점 속 여성독립운동사를 비교적 상세히 다룬 대목은 저자의 깊은 연구에 바탕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역사에서 사실규명 이상으로 그 사실에 대한 시각과 해석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저서는 돋보인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알아야 할 주제를 선택하고 나름대로 해답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학자는 실천하는 학문과 연구하는 학문을 병행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대로 이번에 남이 가지 않는 편집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유영렬 숭실대 명예교수는 “학문과 현장을 접목시키기 위해 대단한 열정을 과시해온 저자가 펴낸 이번 대학교재는 한국 젊은이들을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도록 하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저서는 구성에서도 차별화된다. 단순히 역사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의 기존 교재들과 달리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책은 대학 한 학기 15강을 감안해 3등분으로 나눠 구성됐다. 먼저 1부 ‘분단과 통일’에서는 역사에서 본 통일해법, 한국분할안의 등장, 38선 분할 등 한국의 분단과 통일문제를 다뤘다. 이어 2부 ‘현대사’에서는 한국현대사의 3대 혁명과 3대 반란, 한국의 건국절 논란, 한국경제발전의 요인 등을 다뤘다. 마지막 3부 ‘근대사’에서는 간도영유권 문제를 다각도로 살피면서 젊은 세대가 애국심을 갖도록 해 언젠가는 있을 중국과의 역사전쟁에 준비하도록 했다.
이번 저서를 통해 저자의 특이한 이력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강원도 탄광촌에서 태어나 태백기계공고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한 뒤 명지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명지대 연구교수를 맡아 다양한 학문적 성취를 이뤘다. 뿐만 아니라 중동 건설근로자와 사업가라는 이채로운 경력을 가진 그는 서울신학대에 이어 안양대 석좌교수로 초빙돼 교육자로서도 탁월한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현지 고위층과 학자들을 만나 교류하면서 직통 팩스를 설치토록 하는 업적을 내는가 하면 중국을 왕래하면서 현지 학자들과 역사문제를 심층적으로 토론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10여 차례 권위 있는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그는 ‘유길준의 개화사상과 민족주의’를 비롯한 다수의 저서를 내고, 지난해에는 자신의 논문집 15편을 모은 논문총서를 출간했다.
동양철학과 유학에도 정통한 저자는 애국가 작사자 안창호 규명과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의 친일 여부에 대해서도 깊은 연구의 결과물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권원현 안양대 부총장 겸 총장직무대행은 “평소 안용환 교수의 학문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탁월한 식견을 접하면서 감동을 느껴왔다”면서 “이번에 출간한 '한국 근현대사 대학강의'가 스스로의 학문증진의 기회를 만들고 후학들에게 훌륭한 교재로 쓰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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